[사설] 반미로 안보를 날릴 셈인가

재야단체 회원 및 대학생 3000여 명이 15일 주한미군 패트리엇 기지 폐쇄를 주장하며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몰려가 벌인 시위는 주장 내용과 의사표현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이 기지 내의 신형 PAC-3 패트리엇 2개 포대 16기는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일부나마 메우기 위해 지난해 11월 긴급 배치된 것이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북한이 대량 보유하고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핵심 전력이다.

국방부가 내년부터 착수할 군 전력증강 5개년(20062010) 계획에서도 패트리엇 미사일 도입은 핵심에 속한다. 국방부는 당초 3조4000억 원을 들여 PAC-3 48기를 구입할 예정이었으나 예산상 어려움 때문에 독일에서 구형 PAC-2 48기(1조1000억 원 예상)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광주에 배치된 PAC-3 2개 포대는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1조 원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를 우리 측에 안겨주는 셈이다.

기지 철조망까지 뜯어내 짓밟는 시위행태 또한 큰 잘못이다. 그동안 촛불시위 현장에서 성조기()가 찢기고 불태워지는 장면이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미군 사격장에 들어가 장갑차 위에서 반미()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CNN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미국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은 크게 악화됐다. 반한() 감정은 이제 미국 의회 내에서도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13일 미국 본토 내 180개 군 시설을 폐쇄한다는 내용의 2005 기지 재조정 및 폐쇄(BRAC)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워싱턴의 상하원 의원들은 해외 배치 미군 기지를 철수시켜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아예 안보를 포기하자는 주장이라면 모르되, 이런 안팎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일부 재야단체 회원과 대학생들이 벌인 과격시위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하기 어렵다. 나라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는 과격시위는 국민의 삶과 세계 속의 한국경제에 불안을 증폭시켜 국익()에 해악을 끼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