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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피치라이터

Posted May. 12, 200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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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민주주의를 규정하는 사전적 정의로 세계의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학생시절 이 연설을 영어로 외우면서 과연 누가 썼을까 궁금하게 생각한 기억이 있다. 최근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지 묻지 말고라는 구절로 유명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1961년 취임 연설이 백악관 스피치라이터와 참모들의 짜깁기라는 주장이 전직 미 언론인에 의해 제기됐다. 대통령의 말을 조율하는 스피치라이터는 역사의 조연()이지만 역할에 따라 주연()인 대통령이 빛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주연-조연 관계와 흡사하다.

미국에서 대통령 스피치라이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1년 제29대 워런 하딩 대통령 때부터다. 당연히 링컨은 게티즈버그 연설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연설 원고를 직접 작성했다. 요즘은 일이 늘어나면서 스피치라이터들은 대통령의 외국 순방 시 하루 12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격무에 시달린다고 한다.

대통령과 스피치라이터의 관계는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전력()이 화려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화려한 수식어를 싫어했다. 하지만 참모들이 써 준 대로 충실히 읽었다. 반면 아칸소 주지사 경력밖에 없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비공식 연설 때는 50% 이상을 즉흥적으로 발언했지만 타고난 순발력으로 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청와대의 연설 담당 비서관이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작성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설 내용을 대부분 구술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정치인이 원고를 읽는 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자주했다.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이 써 주지 않은 즉흥적인 얘기를 자주 한다. 청탁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 대통령 짓 못해 먹겠다 등 거친 발언은 대체로 이런 결과물이다.

이 동 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