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성지 김일성경기장 의자 내던져

Posted March. 31, 2005 23:23,   

日本語

지난달 30일 북한 응원단이 수많은 외신기자들의 면전에서 김일성경기장의 의자를 떼어내 던지는 장면은 2003년 8월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새겨진 현수막이 비를 맞는다며 눈물을 흘리던 여성 응원단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소동이 벌어진 경기장은 김일성 주석의 이름을 딴 성지()다. 이런 곳의 기물을 고의로 파괴하면 정치적 중범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소동이 벌어진 것은 응원단의 분노가 그만큼 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화면에 비친 응원단은 대부분 북한 돈으로 3만 원(약 12달러) 이상 나가는 비싼 고급 외투를 입고 있었다. 동원된 핵심계층인 듯했다. 그런 사람들이 인민보안원(경찰)들의 제지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란과의 경기 이틀 전 북한 중앙TV는 바레인과의 경기를 방영했다. 역시 심판의 편파판정에 분노했던 경기였다.

그때의 억울함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안방에서 편파판정을 당했다고 생각한 북한 주민들은 3전 전패의 울분까지 더해 분노를 폭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패전 경기와 응원단의 항의 모습을 북한TV가 녹화 방영한 것도 이례적이다. 괜히 종전처럼 보도통제를 했다가는 주민들의 분노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한 듯하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