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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로 비디오와 판다

Posted March. 21, 20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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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넌지시 비디오를 봤다고 하면 포르노 비디오를 의미했다.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유통 자체가 불법이었다. 그래서 여관방이나 허름한 개인집에서 1000원씩 받고 몰래 상연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제 포르노 비디오는 에로 비디오 어덜트 비디오(AV성인비디오)로 이름을 바꾸고 버젓이 안방에까지 들어와 있다.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섹스를 제공한다는 일본 섹스산업에서도 AV 산업은 주력 업종 중 하나다. 한 연구에 따르면 100여 곳의 제작회사가 매월 10001500개의 AV를 만들어 9000여 곳의 대여점과 판매점에 납품하고 있다. 여기에 AV 배우를 파견하는 모델사무소, 인쇄회사, 택배회사,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이트 업계까지 합치면 경제효과가 1조 엔(약 10조 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에로 비디오 산업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됐다. 88올림픽을 계기로 가정용 VCR 보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 영화관에서 보던 애마부인 산딸기 변강쇠 시리즈는 사라지고, 좀 더 야해진 가정용 에로 비디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에로 비디오 산업도 한때 3만 개나 되던 비디오 대여점이 최근 1만 개 이하로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으로 무차별 유포되는 불법 음란물의 영향도 크다. 하지만 수요가 있는 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에로 비디오 업계의 믿음이다.

자연 번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판다를 발정시키기 위해 중국의 워룽() 자이언트 판다 연구센터가 판다에게 주기적으로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는 에로 비디오를 보여 줘 효과를 봤다는 소식이다. 평소 1분 정도였던 교미 시간이 무려 55분 13초로 늘어났다고 한다. 종족 번식이 아닌 이유로도 섹스를 즐기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다. 그 인간들이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를 꺼리는 에로 비디오의 효능을 판다가 입증해 준 셈이다.

심 규 선 논설위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