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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리 꼬기

Posted March. 11, 200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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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TV로 중계된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파격적 대화 시간. 대통령과 검사들의 계급장을 뗀 토론에 국민은 눈귀를 모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한순간 눈길을 가장 끈 사람은 배석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었다. TV를 통해 헌정 사상 최초인 여성 법무부 장관이 입은 짧은 치마와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을 본 국민은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다리 꼬기는 보디랭귀지(Body Language) 측면에서 자신감의 표현이거나 권위에 대한 도전, 또는 성적() 도발을 암시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종종 기() 싸움을 대신한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지미 카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카터 대통령이 한국 내 인권 상황을 거론하자 다리를 홱 꼬아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김영삼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때마다 다리를 꼰 채, 옆 자리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빌 클린턴 대통령을 정치후배 대하듯 했고 클린턴 대통령이 대화 도중 자리에서 일어서자 허벅지를 눌러 주저앉혔다는 일화도 있다.

이번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하원 세출위원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을 담은 한 장의 보도사진이 화제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그의 테이블 위 표정과 손 제스처보다는 테이블 아래 바짝 꼬아 무릎에 겹쳐진 두 다리에 모아진다. 지적()이면서도 자신만만해 보인다. 자신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기를 꺾으면서, 순간적으로 정신을 산란하게 하려는 고도의 계산까지 했을까.

영화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에서도 뭇 남성의 넋을 빼놓은 주연 여배우 샤론 스톤의 다리 꼰 모습이 화제였다. 샤론 스톤은 수사관들을 향해 다리를 꼬며 담배를 피워 무는 장면 하나로 일거에 섹스 심벌로 떠오르며 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샤론 스톤이 이 장면에서 실제 노팬티였느냐를 놓고 팬들이 일대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같은 다리 꼬기라도 라이스 장관은 지적 자신감의 표출로, 샤론 스톤은 성적 도발로 해석되기도 한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