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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대표 세계로

Posted December. 27, 20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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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ary Police Woman, (디얼츠 추훈), (바리더 롄런).

드라마 다모(MBC TV), 두번째 프러포즈(KBS2 TV), 파리의 연인(SBS TV)의 수출용 제목이다.

다모의 수출용 포스터는 드라마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He is her eternity, yet her sword is pointed at him.(그는 그녀의 영원, 그러나 그녀의 칼끝은 그를 겨눈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자들은 이제 국내 시청자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한류()의 확산에 따라 이들은 내수와 수출을 겸해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 캠퍼스와 중국 베이징()의 뒷골목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고, 외국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대목에서는 한글 자막이 나오기도 한다. 한류의 확산이 가져온 현상들이다.

멜로물로 문화의 벽 없애 포스터 도 현지에 맞게

SBS TV 드라마 유리화는 일본 시장을 목표로 고베()의 풍광을 담고, 일본에서 인기 있는 배우 이동건을 내세웠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이김 프로덕션은 내년에 40여 억 원을 투입해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미니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제작진은 시장조사 결과 구미() 지역에 진출하려면 드라마의 스케일이 커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구미 시장용 드라마는 유리화처럼 남녀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복수나 성공담에 멜로를 곁들이는 블록버스터로 가닥을 잡았다.

일본 시장을 염두에 두고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SBS TV)를 제작한 JS 픽쳐스도 내년에 기획하고 있는 3, 4 편의 드라마 중 한 편은 해외촬영을 포함해 수출 겸용 드라마로 제작할 계획이다.

하버드는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공통적으로 교육열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한 드라마다. JS 픽쳐스는 내년에도 멜로를 기본으로 하되 한일 양국의 공통 관심사를 곁들일 계획이다.

일본 중국 대만에서 제작비의 절반가량인 35억원을 지원 받아 슬픈 연가(MBC TV)를 공동 제작중인 김종학프로덕션은 내년에도 2편의 드라마를 고해상도(HD)로 제작해 수출하기로 했다. 이중 한 편은 일본이나 홍콩에서 일부 촬영하고, 한류 드라마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인급도 기용할 예정이다.

수출 겸용 드라마들은 대부분 멜로물이 많다. 이는 각국의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소재가 사랑이기 때문. 수출 대상국을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시키는 해외로케이션 촬영도 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모두 문화적 할인율(cultural discount수용자의 문화권에서 멀수록 재미와 이해가 반감되는 비율)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수출용 드라마 포스터에는 문화적 할인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현지화 전략을 내세운다. 이 포스터들은 현지에서 지명도 높은 주인공의 얼굴을 크게 내세운다. 아시아에서도 중국 등 화교권에선 붉은 색과 황금색을, 회교권에선 녹색을 상대적으로 많이 쓴다.

드라마 작명()도 현지화 요건중 하나다. 황신혜 유동근이 주연한 애인()은 중국 시장에 원제 그대로 소개됐으나 인기를 끌지 못했다. 중국에서 애인은 남편이나 부인이라는 뜻이어서 불륜을 다룬 드라마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추세따라 해외 마케팅만이 살길

한류의 확산에 힘입어 방송 콘텐츠 수출에서 드라마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TV 콘텐츠 수출액 2783만 달러 가운데 드라마 수출액은 2625만9000 달러로 94.4%를 차지했다. 2002년의 경우 수출액 1871만 6000달러 중 드라마 수출액이 1561만 3000 달러로 83.4%였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드라마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독립제작사들은 최근 해외자본을 유치해 내수용의 두 배에 가까운 제작비를 들이면서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수익률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는 방송권 수출액보다 DVD, 음반, 소설 등의 부가가치가 더 높다.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스를 통해 원가의 몇 배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겨울연가는 2002년 3월19일 종방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제작비는 29억 8000만원이나 TV광고, 음반, DVD, 촬영지 여행상품 수출 등을 통해 104억 50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겨울연가는 또 일본에서 용사마 열풍을 일으키면서 방송권, DVD, 음반 로열티 등으로 220억원의 직접 수입을 올렸다.

독립제작사들은 해외시장 개척 이유 중의 하나로 수익구조를 갖추기 어려운 국내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에이트 픽스가 제작한 미안하다 사랑한다(KBS2 TV)는 시청률이 30%에 육박해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지만 9억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송병준 대표이사는 방송사가 주는 제작비로는 회당 1억 3000만원의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다며 나머지는 협찬사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경기불황 등으로 해외 판매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독립제작사들은 수출 겸용 드라마의 경우 제작비의 30% 이상을 해외 판매로 충당한다. 11월 현재 MBC TV 드라마 중 편당 최고 수출액을 기록한 작품은 불새로 5만4800 달러였다. 이는 총 제작비 8만 달러의 68.5%에 이른다. 박재복 MBC프로덕션 기획사업부장은 드라마 수출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류 드라마들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자 등을 갖춰 품질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