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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애필애환

Posted November. 30, 2004 23:09,   

日本語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르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를 보면 아이 이름 짓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뜻도 좋고 부르기도 쉬운 이름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신생아 이름을 짓기 위해 며칠씩 옥편과 사전을 뒤지거나 유명 작명가를 찾아간다. 고약한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해 개명()을 신청하는 이들도 있지만 국민배우 안성기씨 같은 경우는 기억하기 쉬운 이름 덕을 본 경우다.

세상에는 별의별 이름이 다 있다. 구세주 고시원 노숙자 강아지 임신중 고추양 등 한번 들으면 다시 잊어버리기 힘든 이름은 물론, 김연대 윤고대 이화대 서강대 한양대 한성대 강원대 등 대학 관련 이름도 있다. 공무원 박농부 조판사 장의사 민사장 오시인 등 직업을 가리키는 이름, 양주 주당 안주 등 술과 관련된 이름, 방귀녀 성낙태 이인간 반항균 안신뢰 등 입에 올리기 거북한 이름까지. 그러나 남들이 뭐라고 하든 당사자에게는 소중한 이름이다.

미국 미시간의 한 컴퓨터광()은 올해 초 태어난 아들에게 업그레이드된 2세라는 의미로 자기 이름에 버전 2.0을 붙여 화제가 됐다. 아버지 이름 뒤에 주니어(Junior)나 를 붙이는 것은 구태의연해 보여 이런 아이디어를 냈고, 손자가 태어나면 버전 3.0이라고 부를 생각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며느리도 인터넷을 통해 대통령 할아버지가 첫 손녀의 이름으로 노다지와 노생금을 추천했다고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국민 공모를 통해 고심 끝에 확정한 콘돔의 애칭 애필()이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애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느닷없이 황콘돔 송콘돔 방콘돔 식으로 놀림을 받게 된 이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다. 연맹측은 사전에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률가들에게서 비공식 조언까지 받았다지만 당사자들은 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연맹이나 이름을 지어준 부모들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 누굴 탓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