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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형제

Posted November. 23, 200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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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의 효용성과 부당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악법도 법이라며 순순히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의 후예라서 그럴까. 철학자 중에는 의외로 사형제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이들이 많다. 로크, 루소, 칸트, 헤겔 등이다. 반면 예술가 중에는 사형 폐지론자들이 많다. 형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도스토예프스키는 백치를 통해 사형제 폐지를 역설했고, 빅토르 위고 또한 사형수 최후의 날을 통해 사형은 죄인의 머리 하나만을 절단하는 것이 아니고 죄 없는 가족들의 머리까지 절단한다고 호소했다. 나는 살고 싶다와 데드맨 워킹처럼 실제 사형수를 소재로 한 반()사형 캠페인 영화도 있다.

사형에는 참수형, 교수형, 총살형, 전기의자, 약물주입 방식이 있다. 인간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아이디어가 이처럼 다양하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날이 갈수록 고통 없이 단숨에 명줄을 끊는 방식이 선호되면서 최근에는 약물주입 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형집행인이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장치와 방안도 여러 가지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118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다. 사형제도는 있지만 집행하지 않고 있는 나라도 23개국에 이른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78개국은 사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03년 한 해 동안 28개국에서 1146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한국의 경우 정부 수립 이후 최근 마지막 사형집행이 있었던 1997년까지 총 902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현재 사형집행 대기자도 59명에 이른다.

여야 국회의원 152명이 서명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이 곧 국회에 제출된다. 사형제의 대안으로 무기징역과는 달리 감형이나 가석방이 안 되고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징역을 사는 종신형이 제시되고 있다. 관건은 여론이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은 기복이 심하다. 예전에 드라마 모래시계가 종영됐을 때는 사형수인 주인공에 대한 동정 여론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0%에 달했으나 최근 한 연쇄 엽기살인범의 행각이 밝혀진 이후 66%가 유지를 지지했다. 사형제가 과연 사형()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