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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정거래법, 기업 더 옥죌 건가

Posted May. 07, 2004 00:17,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계열 금융보험사 의결권 축소, 출자총액제한제도 일부 보완, 계좌추적권 부활 등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키우고 대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심화시킬 소지가 많은 내용이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0대 그룹 계열사 지분의 절반가량은 외국인이 갖고 있다. SK사태에서 보듯 대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시도는 끊이지 않을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계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30%에서 15%로 낮춘다는 것은 국내 간판기업들의 경영권이 외자에 장악돼도 좋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13개 그룹 중 9개가 최근 3년간 출자총액제한제에 걸려 신규투자를 못했거나 계획단계에서 투자를 포기했다. 그 금액만 2조2000억원에 이른다. 현실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출자총액규제가 투자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탁상공론을 앞세워 이 제도의 본질적 개선을 거부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보다 계열사 지분 확보에 치중해 왔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그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지 않았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피땀 흘려 키운 기업이 남의 손에 넘어갈지 모르는 판에 지분 확보에 신경 쓰지 않고 투자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또 해외로 나가면 돈 벌기가 훨씬 좋은데 법률적 규제뿐 아니라 법외() 간섭이 판치는 국내에 투자할 기업은 드물다.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진정한 목표라면 정부가 앞장서서 경영권을 흔드는 일은 삼가야 한다. 별로 실효()도 없는 몇 가지 규제완화책을 투자활성화 대책이라고 내놓을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위협과 불편을 느끼는 기업정책부터 털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