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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 넋이 야스쿠니에?

Posted July. 19, 200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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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들이 정신적 거점으로 여기는 야스쿠니 신사에 2만1000여 한국인 넋이 모셔져 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이 아니다. 이들 한반도출신의 일제하 징병 징용 피해자들이 천황을 위해 몸바친 영령으로 일본인 전범() 및 전몰자와 합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희생자 입장에서는 영혼 모독이요, 한국이라는 나라 입장에서는 자존심()의 생채기가 아닐 수 없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국가 신도()를 상징하는 장소다. 여기에는 메이지 유신때 천황편에서 싸우다 죽은 전사자, 청일 러일전쟁 전몰자,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도조 히데키 등 14명과 사망 군인을 포함해 모두 246만명의 위패가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 2만1000여명, 중국 대만인 2만여명의 위패도 합사되어 있다.

한국 정부가 바로 징병 징용자 등 2만1000여명의 위패를 되돌려 달라고 요청한 것은 당연한 조처다. 그 유가족과 관련단체가 지난 10여년간 수차 정부에 촉구해온 것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만시지탄()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식민지 치하에 태어나 전쟁에 내몰리고 목숨을 잃었지만, 사후에라도 그들 넋을 달래고 천황을 위해 죽었다는 식의 불명예를 씻어주는 것은 한국 정부의 당연한 도리인 것이다.

정부의 조처는 일본의 중학역사 교과서왜곡 문제 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바람, 그리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계획을 겨냥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하려는 야스쿠니에 한국 넋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일본의 식민지지배와 전쟁책임을 부각시키고, 나아가 중국에서도 중국 및 대만계 희생자 영혼 문제가 제기되도록 하려는 뜻인 것 같다. 우경 행보를 제동하는 일종의 맞불인 것이다.

일본의 반응도 만만한 게 아니다. 야스쿠니가 형식상 종교단체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나아가 전사 시점에 일본인이었으므로 그 영혼을 기리는 것은 일본의 권리다 신도의 교의상 일단 가미()가 되면 인간이 넣고 뺄 수 없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징용 징병으로 인한 희생자들인 만큼 일본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 침략지배관계가 청산된 이상 일제하에 희생된 넋도 당연히 독립 자존을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