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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따라부르는 11세 아들 보고 ‘K팝 매직’ 직감”

“수년전 따라부르는 11세 아들 보고 ‘K팝 매직’ 직감”

Posted November. 23, 2021 08:24,   

Updated November. 23, 202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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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차를 몰고 할리우드 대로로 접어드는데 옆자리의 열한 살짜리 아들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케이팝을 따라 부르더군요. 뜻도 모르는 한국어 가사를 완벽하게요.”

 제인 로(48·사진)는 그 순간을 “마법”이라고 일컫는다. 뉴질랜드 출신의 로는 21세기 대표 라디오 DJ다. 2003년부터 12년간 영국 BBC 라디오 1 채널의 황금시간대 진행자였다. 2015년부터는 애플뮤직 라디오의 대표 DJ로 활약 중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 머무는 그를 18일 화상으로 만났다.

 “번역조차 필요 없이 태평양을 건너버린 이 음악(케이팝)이 곧 모든 이의 가슴에 닿으리라고 그때 직감했죠.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그저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런 걸 우린 마법이라 부르지 않나요?”

 베테랑 DJ 로의 직감은 몇 년 새 현실이 됐다. 그리고 세계적 음원 플랫폼인 애플뮤직은 올해부터 한국의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12월 11일 개최)와 협업한다. 특정 기간 수집한 스트리밍 데이터를 MAMA에 전달해 수상자 결정에 참여키로 한 것. 애플뮤직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한 로는 “팝, 펑크(funk), EDM, 힙합, R&B가 자유롭게 섞여있으며 직관적 멜로디까지 얹힌 케이팝은 청각적으로 이미 완벽한 팝의 미래다. 협업 제안이 왔을 때 반가웠다”고 말했다.

 로는 슈퍼스타가 컴백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인터뷰어다. 최근 6년 만에 돌아온 아델도 로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의 음악을 제일 처음 라디오에 소개한 사람이 저였죠. 제 오랜 친구 아델은 가사로도, 대화에서도 진심을 말하길 주저치 않는 타고난 스토리텔러예요. 그의 무기는 솔직함이죠.”

 최고의 팝 인터뷰어가 귀띔하는 좋은 인터뷰의 조건도 진심이다.

 “멀리 내다보지 말 것, 그 순간의 문답에만 집중할 것, 귀를 기울이고 최선의 다음 질문을 준비할 것, 인터뷰이가 숨쉴 공간을 내줄 것. 저스틴 비버가 인터뷰 중 뜻밖에 눈물을 흘릴 때 저는 예상 문답을 이어가는 대신 숨죽이고 기다렸습니다.”

 로는 캐나다 출신의 전설적 로커 닐 영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다고 귀띔하며 아이처럼 들뜬 얼굴로 영의 LP를 들어 보였다.

 “(케이팝이 없던 시절) 저의 ‘아이돌’은 U2, 비스티 보이스 등이었어요. 우상과의 인터뷰는 늘 설레죠. 어릴 적 동경하던 스타와 한 팀에서 뛰게 된 운동선수의 기분이 이럴까요.”

 로는 “음악, 예술, 문화, 음향, 기술 등 당대 사회의 흐름을 모두 흡수해 반영하는 것이 바로 팝”이라고도 정의했다.

 “요즘 같은 불안의 시대에 전기기타 사운드의 마찰음이 재조명되는 흐름도 우연이 아니죠.”

 로는 케이팝은 물론이고 미국 진출을 조율 중인 MAMA의 미래 역시 내다봤다. “한국의 음악은 이미 국가와 대륙의 경계를 넘었어요. 영화, 패션과 함께 세계인의 생의 일부가 되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홈런을 치리라 확신합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