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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달고나’ 열풍… 오징어게임 효과에 MZ세대 새 놀이로

지구촌 ‘달고나’ 열풍… 오징어게임 효과에 MZ세대 새 놀이로

Posted October. 05, 2021 08:21,   

Updated October. 05, 202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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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호키포키, 허니콤 토피(honeycomb toffee).’

 해외 누리꾼들이 추억의 군것질거리인 달고나를 부르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달고나가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4일 G마켓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지난달 17일부터 약 2주간 달고나 판매량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270%가량 증가했다. 아마존, 이베이 등 해외 이커머스에서는 상품 설명으로 오징어게임 장면을 붙인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2만∼4만 원대(22∼36달러)로 5000원에서 1만 원을 오가는 국내 가격의 최대 8배 수준이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달고나는 ‘이색적인 한국 과자’로 통하는 것이다.

 해외에선 달고나 만들기가 ‘힙한’ 놀이문화로 각광받는 추세다. 인스타그램 내 ‘dalgona’ 게시물은 약 28만 개에 이른다. 해외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달고나 만들기 영상을 올리며 빠르게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2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틀간 열린 오징어게임 체험관은 달고나 만들기, 딱지치기 등을 체험하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오징어게임 후광효과는 뚜렷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달 17∼30일 달고나 뽑기의 주재료인 설탕 매출은 직전 2주보다 45% 늘었다. 서울 거리 곳곳의 달고나 노점상도 ‘달고나 특수’를 누렸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근처 달고나 가게에는 달고나 뽑기를 하러 온 사람 30여 명이 길게 늘어섰다. 한 누리꾼은 SNS에서 “(명동에서) 달고나 뽑기를 파는 분들이 경쟁적으로 영업하는 건 처음 본다”며 “‘이모네 뽑기’를 (운영)하시는 할머니 매대가 품절된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달고나 열풍은 K콘텐츠 인기가 K푸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넣어 만든 음식),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치맥(치킨과 맥주)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 식품이 번번이 인기를 끄는 건 음식이 공감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시청자들은 좋아하는 콘텐츠 속 인물과 비슷해지려는 욕망을 충족하고자 주인공의 경험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중 음식은 자동차, 패션 등과 달리 인간의 오감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은 비싸지 않으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등 접근성이 높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좋아 유행을 선도하는 측면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음식은 패션과 달리 하루에도 여러 번 소비할 수밖에 없는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중의 접근성이 높다”며 “MZ세대 소비자 입장에선 음식이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기에도 좋아 트렌드가 빨리 퍼지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eemail@donga.com ·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