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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코로나 확산에 “불경 외워 쫓아라”

미얀마 군부, 코로나 확산에 “불경 외워 쫓아라”

Posted July. 22, 2021 08:22,   

Updated July. 22, 202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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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과 의료장비 부족에 시달리는 미얀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급기야 군부정권이 시민들에게 불경을 외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쫓아내라고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승려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불경이 아니라 산소통”이라고 비판했다.

 20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군부가 운영하는 한 신문에 미얀마 종교문화부가 낸 공고문이 실렸다. 이 공고문은 시민들을 향해 “기근과 질병을 물리칠 수 있는 라타나경(불경의 일종)을 집에서 암송하라”고 했다. 또 “승려 모임이나 각 지역의 불교 단체들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마을에서 불경 암송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승려들이 군부정권을 규탄하며 불경을 외면 어디선가 군인들이 나타나 승려들을 욕하고 폭행했다. 승려를 탄압한 쿠데타 군부가 이제는 승려들에게 ‘불경 암송’ 캠페인을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라와디는 “불교는 살생을 큰 죄로 여기는데,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어린이들을 포함해 900명 이상을 죽인 군부가 이제는 불경을 외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보건부는 19일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5860명, 사망자는 286명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의료용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민주진영은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는 군부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NUG)는 “자료를 보면 실제로는 매일 2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것 같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다.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