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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현충일…3류 군대의 후진 조직문화 더는 안 된다

부끄러운 현충일…3류 군대의 후진 조직문화 더는 안 된다

Posted June. 07, 2021 07:22,   

Updated June. 07, 20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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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이런 폐습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가 마련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유족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는 “이번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현충일은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와 국군장병의 명예로운 희생을 기리고 추모하는 날다. 그런 날, 국가원수이자 군통수권자는 우리 군의 부끄러운 모습을 사과해야 했다. 상관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부실한 식판을 보고 아들을 군대 보낸 부모 가슴을 찢어지게 만드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군대다. 현충원의 선열들 앞에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이 뭉뚱그려 ‘병영문화 폐습’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비단 부실급식이나 성추행 사건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굳이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라는 말을 끼어 넣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조직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장비 불량납품, 병역 특혜 논란, 진급 비리 같은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니 군 기강과 정신전력이 해이해지면서 정작 본연의 임무인 경계태세마저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는 형편이다.

 그런 총체적 부실의 근저에는 우리 군의 3류 조직문화가 있다. 문제가 터지면 “누가 알겠느냐”며 덮기에 급급한 ‘폐쇄적 보신주의’에다 영예는 상관에게 책임은 부하에게 ‘비뚤어진 계급문화’, 시간만 지나면 만사 끝이라는 ‘군대식 시간개념’이 아직도 만연하다. 버젓이 전면 쇄신을 다짐하고 벌집 쑤신 듯 요란을 떨지만 잊을 만하면 꼭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 군 복무기간이 ‘썩는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잘 되는 나라의 군대는 앞서가는 인력과 문화, 기술력에 이르기까지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전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민간은 당당히 세계와 경쟁하는데, 정부는 정치에 갇혀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군대는 변화를 거부한 채 썩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군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지만, 군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더는 폐쇄주의 속에 안주하는 3류 군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