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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의 참상 파헤친 여성들

Posted May. 01, 2021 08:05,   

Updated May. 01, 20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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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15일 21명의 여성이 유서를 쓰고 북한으로 향했다. 이들은 북한 주민들의 전쟁 피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국제민주여성연맹 한국전쟁 조사위원회’ 소속이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반(反)식민주의를 주창하며 만들어진 여성단체로, 6·25전쟁 당시 북한 지역을 조사한 첫 외부 조사단이었다. 저자는 그동안 활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발자취를 추적했다.

 21명의 여성 조사위원은 덴마크와 알제리, 아르헨티나, 중국 등 18개국에서 왔는데, 이 중 6명은 당시 소련, 동독 등 공산권 출신이었다. 이들은 열흘간 신의주, 평양 등 10여 개 도시를 조사했다. 중공군 참전 후 연합군의 전방위 폭격으로 인해 폐허 속 토굴을 파고 사는 주민들을 목격했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로 시작된 전쟁이라도 정밀폭격이 아닌 인구밀집지역에 대한 폭격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매카시즘 등 반공주의로 인해 소련의 선전 팸플릿으로 폄하됐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이 책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제3세계 여성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자 한 이들을 통해 냉전사와 여성주의, 평화운동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조사위원들은 현장 조사 때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들이 한반도를 방문한 지 70년이 지난 현재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