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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이겨낸 사람들의 비결은?

Posted April. 24, 2021 08:13,   

Updated April. 24, 202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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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세 살 무렵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꼭대기에서 두려움을 처음 느꼈다. 계단에 한 발 올려놓았을 뿐인데 갑자기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에 한 발은 에스컬레이터에, 다른 한 발은 바닥에 둔 채 얼어버렸고 결국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에스컬레이터에서의 공포감은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도 재연됐다. 이후 잇단 교통사고는 운전 트라우마도 남겼다.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은 찰나의 느낌은 그에게 사고 당시의 생생한 고통을 되살린다.

 이 책은 논픽션 작가인 저자가 자신의 트라우마에 정면으로 맞서 극복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두려움이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히 분석한다.

 그가 일상에서의 두려움에 맞서기로 한 계기는 어머니의 죽음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잃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품고 살던 그는 여행 도중 뇌졸중으로 숨진 어머니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때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어머니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 것이 자신에게도 공포감을 주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후 두려움의 뿌리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신경과학, 의학, 심리학, 문학 등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두려움의 실체를 분석한다. 기원전 400년경 히포크라테스가 공포증의 원인으로 짚은 흑담즙부터 시작해 중세, 근대 등 각 시대가 공포와 두려움의 근원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짚는다.

 두려움의 근원을 탐구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두려움을 정복하려는 도전도 흥미롭다. 어렸을 적 에스컬레이터에서의 추락사고 이후 그를 따라다닌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해 스카이다이빙과 암벽등반에 도전한다. 자동차 사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의학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두려움을 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진솔한 경험담은 두려움을 갖고 있는 모든 이에게 적지 않은 위안을 줄 것이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