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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금지법’ 한미이슈로 번지나...미의회-인권단체 “우려”

‘대북전단금지법’ 한미이슈로 번지나...미의회-인권단체 “우려”

Posted December. 16, 2020 09:23,   

Updated December. 16, 20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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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여 국회에서 통과시킨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 의회 등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간 동맹 이슈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강경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 원칙을 감안하지 못한 채 미국 내에서 ‘한미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인지 모르겠다’는 의구심을 낳으며 바이든 취임 전후부터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여당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마이클 매카울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성명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이번 조치는 우려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매카울 의원은 “미국 의회는 초당적 다수가 폐쇄된 독재 정권 아래에 있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근으로 분류되는 크리스 쿤스 미 민주당 상원의원이 우려를 밝혔고 미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한국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청문회를 소집하겠다고 했다.

 미 의회에서 상·하원과 공화·민주 당적을 가리지 않고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는 데는 2018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북한에서 억류됐다 고문으로 숨진 사건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 내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 내에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인권 이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원칙적인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초 출범하면 대북전단금지법이 한미 간 갈등 사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논의 등 한미 간 갈등 이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통일연구원 주최 학술대회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 재건을 국내외에서 강조하고 있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핵문제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내에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궁극적으로 ‘한국은 언제든 우리 진영에서 이탈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47개 국제인권단체는 15일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인권 탄압에 강경하고 원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공동서한을 보냈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한국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처음 시작한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단장은 “인터넷도 안 되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대북전단 말고 외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지속적으로 미국과 관련 사안에 대해 소통해 나갈 것”이란 원론적 반응을 내놓았다. 통일부는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야기하고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되풀이하면서 “이번 법안이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물품을 단순 전달하는 행위까지 막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번 법안 하나로 한미 간 간극이 생길 거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의 오해를 충분히 풀 만큼 메시지를 발신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