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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아프리카계 이어 아바타 멤버까지 등장

K팝, 아프리카계 이어 아바타 멤버까지 등장

Posted November. 20, 2020 09:29,   

Updated November. 20, 20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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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케이팝은 역사상 최초로 순수 아프리카계 멤버를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국내 데뷔한 여성그룹 ‘블랙스완’의 멤버 파투(본명 파투 삼바·25)다. 세네갈 요프 출생. 벨기에에 거주하다 몇 년 전 한국에 건너왔다. 이 팀에는 브라질인 멤버 레아(본명 라리사 카르테스·19)도 있다. 한국인 멤버들까지 합치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문화권이 케이팝 그룹 하나에 녹아 있는 셈이다.

 19일 오후 서울의 숙소에서 화상 통화로 만난 파투와 레아는 “어려서부터 케이팝을 동경했는데 꿈을 이뤄 믿을 수 없다”며 “인터넷과 영상으로 본 것과 현실은 다르며 한국 문화를 익히는 게 쉽지 않고 아직 우리를 낯설게 보는 시선도 받지만 꿈을 향해 계속 뛸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적만 미국, 또는 아시아계→유럽, 아프리카 출신

 케이팝에서 외국인 멤버, 다국적 구성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종전의 멤버 영입은 중화권과 일본, 대만에 집중됐다.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을 가진 멤버도 인종적으로는 아시아계인 한국계나 중국계였다. 가까운 태국인에 문호가 열린 것도 2PM(2008년 데뷔)의 닉쿤이 신호탄이었다.

 최근 케이팝이 급속도로 세계화하면서 한국 문화를 체화한 팬덤에서 재능을 가진 지망생이 속출한다. 한국의 각종 경연 프로그램까지 수출되며 케이팝 특유의 연습생 제도, 폐쇄적 트레이닝 시스템까지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며 가요기획사들도 새 기회를 맞았다.

 영국 런던에서 결성한 여성그룹 ‘가치(KAACHI)’(올해 4월 데뷔)는 한국인 한 명, 영국인 한 명, 스페인 국적 두 명으로 구성됐다. 멤버 니콜은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데뷔곡 ‘Your Turn’ 뮤직비디오가 조회수 1200만 건을 넘기며 화제가 됐다. 이달 초 두 번째 싱글 ‘Photo Magic’을 냈다.

 중남미와 유럽 팬의 반응이 뜨겁다. 최근 한 달간 가치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로 본 시청자를 국적별로 분류하면, 멕시코가 12.5%로 가장 많고 10위권 내에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터키, 아르헨티나, 페루가 포진했다. ‘가치’를 제작한 프런트로 레코드의 이혜림 대표는 “멤버들이 해외 팬과 현지어로 친근하게 소통하고 문화적으로도 쉽게 공감해 여러 지역의 팬이 동시에 급증했다”면서 “신곡을 녹음하다 즉흥적으로 스페인어 가사를 추가하는 등 콘텐츠에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쉽게 넣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블랙스완이 속한 DR뮤직의 윤등룡 대표는 “중남미와 유럽 연습생의 경우 1년간 현지에서 생활하며 매주 원격으로 과제(한국어, 노래, 춤)를 1년간 수행하도록 한다. 이를 통과하면 한국에 와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파투는 이렇게 총 2년, 레아는 4년의 연습 기간을 거쳤다. 윤 대표에 따르면, 파투가 데뷔한 뒤 DR뮤직의 해외 오디션 지원자 중 아프리카계의 비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그는 “새로운 세대는 피부색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 스포츠에는 각국 외국인 선수가 이미 익숙하다. 향후 그룹 멤버의 현지 솔로 활동을 지원하고, 언젠가 아프리카계로만 구성된 R&B 그룹을 키워내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문화권이 다른 멤버들에게 케이팝 양성 시스템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난제다. ‘가치’는 런던이 본거지인 만큼, 멤버들의 사생활과 공동 훈련 사이에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혜림 대표는 “한국적 발상으로 멤버들을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 가상 인물, 아바타로 복제되는 케이팝

 17일 SM엔터테인먼트가 야심 차게 내놓은 에스파(aespa)는 멤버 수가 ‘4+4’다. 네 명의 실제 멤버에 각각 대칭하는 인공지능(AI) 아바타 멤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한 데뷔곡 ‘Black Mamba’에도 아바타 멤버가 모습을 비췄다. 가사도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는 나의 에스파/이런 교감, 너의 존잰 날 다른 차원으로 이끌었지’로 시작한다.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가상의 존재인 인공지능 아바타는 2020년대 케이팝의 새롭고 강력한 멤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블랙핑크는 얼마 전 가상공간에서 아바타가 주연한 뮤직비디오로 80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렸다. Z세대를 중심으로 세계 가입자가 2억 명에 달하는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서다. 빅히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에 120억 원을 투자했다.

 AI 아바타 아이돌을 기획 중인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며, 미래 세상은 셀러브리티와 아바타가 중심이 될 것이다. 이에 맞는 케이팝 아티스트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XR 큐레이터는 “미국의 가상 캐릭터 ‘릴 미켈라’가 제품 모델료 등으로 올 한 해 13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시공간의 경계를 깨고 기획자가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AI 셀럽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꿈이다. 향후 문화의 정체성 문제 역시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