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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생각하는 ‘이상적 인류’의 모습은?

베토벤이 생각하는 ‘이상적 인류’의 모습은?

Posted November. 17, 2020 08:36,   

Updated November. 17, 20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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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면 곳곳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집니다. 올해도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함신익 지휘 심포니송의 콘서트를 포함해 여러 ‘합창교향곡’ 콘서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 곡을 작곡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사진)을 상상 속의 인터뷰로 만나 보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한 달 앞으로(12월 17일) 다가온 탄생 250주년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환희에의 송가’에는 ‘기쁨의 마법은 관습이 굳게 갈라놓았던 것을 다시 묶어주어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는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19세기 초 당시 어떤 배경에서 이런 곡을 쓰셨습니까.

 “당시는 유럽이 나폴레옹 전쟁의 악몽에서 벗어나 치유를 모색하던 시기였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상상 표방했던 세력이 침략군이 되는 현실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증오로는 인류가 행복을 향해 다가갈 수 없었죠.”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는 ‘인류가 서로 차별하지 말고 화합하자’는 것이겠죠.

 “당시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계몽주의의 강한 영향력 아래 있었습니다. 인간이 어리석음에서 깨어나 이성으로 해방될 수 있다는 믿음, 인류는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 결과 ‘이상적인 인간은 무엇인가’가 중요했습니다. ‘환희에의 송가’를 쓴 실러도 이상적인 인간을 이렇게 표현했죠. ‘의무와 취향이 하나가 된 사람’이라고.”

 ―의무와 취향이 하나?

 “옳은 일을 하면 즐거운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이상적인 인간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이었어요. 실러 희곡의 정의로운 주인공, 내 오페라 ‘피델리오’나 괴테의 극에 곡을 붙인 ‘에그몬트’ 주인공도 이런 범주의 사람들이었죠.”

 ―‘환희에의 송가’가 주는 메시지는 그런 것과는 다르지 않나요.

 “당시 ‘이상적인 인간’을 탐구하는 일은 ‘투 트랙’으로 이뤄졌어요. 하나는 ‘이상적인 개인은 어때야 하는가’, 또 하나는 ‘이상적인 인류 전체는 어때야 하는가’라는 거였죠. 그 시대 예술가들은 개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인류와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시선을 확대했죠. 괴테 ‘파우스트’의 주인공도 젊음을 찾겠다며 영혼을 팔았지만 그가 최고의 희열을 느낀 순간은 대규모 간척으로 수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봤을 때였어요.”

 ―베토벤 선생님께서 그린 완성된 개인의 모습은 오페라 ‘피델리오’를 참고하면 되겠죠.

 “제가 ‘환희에의 송가’를 쓰기 전에 이 작품과 대칭되게, ‘완성된 개인’을 그려본 작품이 있습니다. 38세 때 쓴 ‘합창환상곡(코랄판타지)’이죠. 젊어서는 완성된 개인의 이상을 ‘합창환상곡’에 담았고, 이어 완성된 인류는 어떻게 표현할지 모색하다가 ‘합창교향곡’을 썼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 합창환상곡에 표현하신 이상적인 개인은 어떤 모습입니까.

 “한 부분만 들자면, ‘행복한 자는 외면적으로는 평온하고 내적으로는 희열이 지배하는 자로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환희에의 송가’에 나오는 이상적인 인류와도 비슷하네요. ‘희열’과 ‘환희’를 강조했으니까요. 올해 인류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지만 아직도 화합과는 머리가 멉니다. 조언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살던 세상에 비하면 훨씬 자유롭고 권리를 누리게 된 개인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행복을 마음껏 행사하십시오. 때로 뒷걸음치기도 하고 때로 앞을 못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 같은 옛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인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유윤종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