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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우리의 동맹은 어디인가

Posted November. 04, 2020 09:25,   

Updated November. 04, 20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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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임진왜란을 ‘항왜원조전쟁(抗倭援朝戰爭)’이라 부른다. 일본에 침략 당한 조선을 중국이 도운 전쟁이란 뜻이다.

 중국은 이런 인식을 400여 년 뒤 발발한 6·25전쟁에도 적용했다.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 미국에 침략 당한 조선을 중국이 도운 전쟁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외세의 침략을 받은 조선을 구했다’는 비슷한 뜻으로 읽히지만 둘은 차이가 있다. 임진왜란은 일본의 침략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6·25전쟁은 중국의 지원 약속 아래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 중국은 전쟁 ‘공범’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6·25전쟁에 대해 ‘정의’와 ‘평화’를 내세우고 있다. 전쟁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아직 정전 상태인 6·25전쟁에서 승리했다고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9일 “항미원조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 했다. 23일엔 “아무리 강한 나라,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약자를 괴롭히고, 침략을 확대해 나간다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을 향한 경고로 주로 해석됐다.

 하지만 우리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항미원조전쟁 기념일로 정한 10월 25일은 중국군이 평북 운산에서 국군 1사단을 기습 공격한 날이다. 당시 중국이 참전 후 첫 승리에서 무조건 이기기 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국군을 우선 타깃으로 삼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시 주석은 10월 19일엔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참관했다. 70년 전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어 한반도 땅을 밟았던 날이다.

 사실 시 주석은 10년 전에도 비슷했다. 2010년 10월 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 작전 60주년 좌담회’. 그는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했다. 당시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에 선임된 시 주석이 국무원과 중앙군사위를 대표해 나선 연설에서였다. “60년 전 발생한 전쟁은 제국주의가 중국 인민에게 강요한 것”이며 “그런 전략적 (참전) 결정을 내린 정부에 경의를 보낸다”고도 했다.

 이러자 당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남침에 의한 전쟁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내게는 옳은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미가 즉각 반박하자 신화통신과 런민일보는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입장을 담은 중국 국방대학 교수의 글을 실었다. 중국이 상황 수습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요지부동이다. 한미 정부가 시 주석의 6·25전쟁 왜곡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별다른 해명이 없다. 한술 더 떠 중국 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6·25전쟁은 북한의 남침이 아니고 한반도에서 일어난 내전”이라고 강변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다. 시 주석 본인도 10년 전에는 유력한 차기 지도자 정도였지만 이제는 권력의 정점에 선 것을 넘어 장기 집권 체제를 굳히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보수와 진보정권 가리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집중했다. 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일전승절 70주년에 톈안먼 망루에 올랐던 것도, 최근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도 현 정부가 미국의 반중전선 동참 요청에 적극 화답하지 않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군 13만8000명이 죽고 45만 명이 다치고, 민간인 100만 명이 희생된 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으로 띄우고 있다. 한국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찾아보기 어려운 행보다.

 3일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대중 강경 기조는 누그러지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든 마찬가지다. 대선이 끝나고 대중 정책을 정비할 때 미국은 보다 노골적으로 우리에게 미중 간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6·25전쟁 70주년인 올해도 이제 두 달밖에 안 남았다. 향후 어떤 동맹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냉철히 살펴볼 때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