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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짠돌이 세대’의 등장

Posted November. 02, 2020 08:30,   

Updated November. 02, 20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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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더우반(豆瓣)에 있는 ‘짠돌이클럽’ ‘짠순이클럽’ 가입자가 최근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카페들의 회원들은 ‘#보복성저축’ ‘#아껴쓰는법’ ‘#저축노하우’ 등의 키워드를 공유하며 절약과 저축을 생활화하고 있다. 이들은 ‘20위안(약 3400원)으로 일주일 버티는 법’과 같은 글을 공유하는가 하면, 물욕이 생길 때마다 “○○가 너무 사고 싶어요. 저 좀 욕해주세요” 하고 회원들의 일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중국 젊은층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소비 성향을 폭발시키는 ‘보복성 소비’ 현상과, 조금이라도 아껴서 자산을 불리려는 ‘보복성 저축’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들이 저축에 열을 올리는 현상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중국의 3대 결제 시스템인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는 자사 고객 중 1990년 이후 출생자(九零后·주링허우)들의 올해 상반기 저축 총액이 작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는 1990년대 이후 출생자가 현재 1억7400만 명가량 되는데, 이 가운데 1억3400만 명이 알리페이를 이용하고 있어 조사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또 중국 서남재경대 연구팀이 알리페이 이용자 2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코로나19 종식 뒤에도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이는 패턴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인들의 올 1분기 가계 저축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9% 늘었으며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하루 평균 711억 위안(약 12조 원)씩 예금이 불었다. 이를 두고 중국청년보는 올해 7월 “이 시대 청년들의 보복성 저축 현상은 당연하다”란 기사에서 이처럼 최근 불고 있는 중국인들의 돈 모으기 열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젊은 직장인들이 주말과 여가시간을 이용한 ‘투잡(兼職) 뛰기’에 나설 정도로 돈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진 재능만 있으면 남는 시간을 활용해 여유 자금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이제는 ‘굳은(死) 월급’만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비친다. 젊은층들은 차츰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위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벨트란 것을 깨닫고 있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가 중국인들에게 준 위기의식은 컸다.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코로나 발생 이후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만약 당장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면 얼마나 버틸 것 같은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42%가 ‘당장 살 수 없다’고 했다.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의 저자인 랑셴핑(郞咸平) 홍콩중원대 교수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중국에서 상위 5%를 계산하면 어림잡아 7000만 명인데 이들의 1인 평균 은행 잔액은 47만 위안(약 8000만 원)이다. 반면 나머지 95%의 평균 저축은 2만4000위안(약 410만 원) 수준이다. 놀라운 것은 중국인 가운데 5억6000만 명의 통장 잔액이 0원이라는 사실이다. 코로나 이전 우리는 광군제(11·11), 6·18 등 여러 명목으로 소비를 해왔으며 얼마나 많은 돈이 옷장과 신발장으로 들어갔는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이러한 소비 행태가 달라질 것이다.”

 랑 교수의 말처럼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중국인들의 소비 행태에는 분명 변화가 생겼다. ‘웨광쭈(月光族·그달의 월급은 그달에 쓴다)’ ‘마이마이마이(買買買·그냥 사)’ ‘징즈충(精致窮·겉만 번지르르하고 가난함)’ 같은 유행어가 등장할 정도로 맹목적인 소비를 해온 것으로 유명했던 중국의 주링허우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건강, 가족, 재테크 등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의 소비 습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같은 경제현상이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우리도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을 자구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yoomadi@ckgsb.edu.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