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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두려움도 이겨낸 한국영화 사랑

Posted October. 29, 2020 08:16,   

Updated October. 29, 202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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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고생해서 어렵게 열었는데….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와야 할 텐데요.”

 27일 오후 4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최대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이 앞에 보이는 퓌블리시스 극장. ‘파리 한국 영화제’ 개막이 1시간 앞으로 다가오자 영화제 관계자들은 걱정을 내비쳤다. 배우 초청, 개막식 등 부대 행사도 모두 생략된 데다 비까지 내리는 상황이었다.

 올해로 15년째인 이 영화제는 프랑스, 나아가 유럽에 한국 영화를 알리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2006년 1회는 관람객이 529명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증가해 1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배우 송강호의 개막식 참석 등으로 관람객이 2만 명에 육박했다. 프랑스인들이 직접 참여해사 상영 작품들을 선정했고 양국 문화 교류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망이 어두웠다. 3월부터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이 폐쇄되면서 영화제 개막이 불투명했다. 지난달 2차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프랑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5만 명을 넘자 “올해는 접어야 하나”란 비관론이 퍼졌다.

 그럴 때마다 영화제 측을 다독여준 것은 프랑스인들이었다. 영화제 자원봉사에 나선 파리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유지를 지키면서 꼭 영화제를 열자”며 용기를 북돋았다. 영화제 측이 개설한 소설미디어에는 ‘꼭 영화제를 열어 달라’는 응원글이 수백 개 달렸다.

 개막 당일, 우려는 환호로 바뀌었다. 한두 명씩 극장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개막 40여 분을 앞두고 100m 이상 줄이 길게 이어졌다. 파리 시민 티에리 씨(29)는 “휴가를 여름에 안 쓰고 한국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썼다”고 말했다. 2회 때부터 매년 관람해 왔다는 셀리아 씨는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라서 한국 영화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작 관객은 총 200명.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전체 좌석(400석)의 절반만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꽉 찬 셈이었다. 관객들은 마스크 착용, 발열검사를 순조롭게 따랐다. 상영 영화를 선정해 온 프로그래머 다비드 트레들러 씨는 “관객들을 보니 눈물이 난다”며 “올해만큼은 진중하고 웅장한 개막작이 아닌, 모두가 코로나를 잊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코미디 영화 ‘오케이 마담’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람객은 ‘코로나19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은 분위기였다. 피에르 씨(32)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한국 영화제가 개막된 것처럼 극복하는 게 정말 어려워 보이는 코로나 사태도 잘 이겨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