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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스포츠도 바꾼다

Posted October. 16, 2020 10:22,   

Updated October. 16, 20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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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스포츠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미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중 몇 가지를 꼽아봤다.

 하나는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4)과 ‘영원한 전설’ 무함마드 알리의 대결이다. 월드복싱슈퍼시리즈(WBSS)라는 복싱 단체가 3월 29일 연 이 경기에서 타이슨과 알리는 서로 다운을 주고받는 12라운드의 난타전을 벌였다. 타이슨이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 경기에는 실제 인물들이 나서지 않았다. 알리는 2016년 74세의 나이로 사망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결은 두 선수의 특징을 구현한 캐릭터에 의해 이루어진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결과를 들은 타이슨은 “환상 속의 게임일 뿐이다. 실제 대결이었다면 내가 알리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고 답했다. 이 대결은 코로나19 때문에 대규모 관중을 입장시키는 복싱 대회를 열기 어렵게 되자 복싱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중계됐다.

 두 번째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신종 축구의 발생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는 8월 말부터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고등학교 축구 규칙을 변경했다. 경기 중 신체 접촉은 금지된다. 태클은 할 수 없다. 경기 중에도 선수들 사이의 간격은 6피트(약 1.82m)를 유지해야 한다. 감염을 막기 위해 공을 만지는 것과 맨얼굴에 공이 닿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그래서 스로인도 할 수 없고 헤딩도 할 수 없다. 모든 선수는 마스크를 쓰고 경기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경기를 여전히 축구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세 번째는 12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의 친선경기 2차전이다. 축구팬들의 관심을 끈 두 팀의 대결은 당초 무관중으로 치러질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3000명의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이날 실제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2075명이었다.

 타이슨과 알리의 가상 대결은 인간과 인간의 육체가 직접 맞닿지는 않은 경우다. 두 번째 신종 축구는 인간이 직접 경기에 나서되 기존 규칙을 대폭 수정한 사례다. 세 번째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 경기는 기존 규칙을 수정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하되 관중의 수 등 경기 외적 요소만 제한한 사례다.

 전통적인 체육 또는 스포츠의 개념 속에는 인간의 신체를 건강하게 한다는 점이 담겨 있었다. 기존 관점에서는 체육 활동의 주 기준은 신체 활동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간의 물리적 신체를 배제하는 첫 번째 경우가 가장 극단적인 변화의 양상으로 보인다. 두 번째, 세 번째 사례는 기존 스포츠의 일부 변형 내지는 부분적 제한이다. 코로나19의 악화 정도에 따라 사례들의 역순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경기장 주변에 대한 제한 과정을 거친 뒤, 더 심각해지면 경기 규정 자체를 변경하고, 좀 더 상황이 악화되면 경기가 중단되고 가상 스포츠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극단적으로 보이는 첫 번째 경우도 현실 스포츠와 연계돼 있다. 이 대결 속 캐릭터들이 타이슨과 알리라는 실존 인물의 경기 데이터와 신체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스포츠와 가상공간의 연계는 다양한 형태로 번지고 있다. 이미 실존 축구 선수들을 캐릭터로 내세운 온라인 축구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월드컵을 비롯한 현실 축구 경기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축구 게임의 인기도 올라가고, 축구 게임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현실 속 축구 경기에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되리라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가상 스포츠가 기존 스포츠와의 연계를 통해 스포츠의 영역 및 스포츠 산업의 분야를 더 확대시키는 측면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하게 변화되는 경기 방식들을 둘러싸고 이들을 어떻게 규정할지의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이들을 강제로 소멸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이들은 현실의 필요에 의해 이미 나타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들이 발전 혹은 쇠퇴할지는 또다시 미래의 현실 상황에 달려 있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