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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20승...흙신, 황제와 어깨 나란히

Posted October. 13, 2020 08:14,   

Updated October. 13, 20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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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신’이라는 수식어는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라파엘 나달(34·스페인·2위)이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를 꺾고 흙 위(클레이코트)의 최강자임을 다시 보여줬다. 나달은 12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2시간 42분 만에 조코비치를 3-0(6-0, 6-2, 7-5)으로 꺾었다. 1, 2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조코비치는 3세트에서 반격에 나섰지만 이미 기울어진 승부의 추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4년 연속 프랑스오픈 정상에 오른 나달은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20회 우승을 채우며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4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우승 상금은 160만 유로(약 21억7000만 원).

 나달은 이날 서브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5년 만에 이 대회 결승에 올라온 조코비치는 나달의 서브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고,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 무릎을 꿇은 채 활짝 웃는 얼굴로 세리머니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나달은 “내 최고 수준의 플레이를 필요한 순간에 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내가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대회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나달은 4대 메이저대회 20승 중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만 2005년을 시작으로 13승을 거뒀다. KBSN에서 테니스 해설을 하고 있는 박용국 NH농협 스포츠단장은 “클레이 코트는 하드 코트에 비해 공 속도가 느리다. 랠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더 강한 체력이 필요하고 경기 운영도 하드 코트와는 달라야 한다”며 “선수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있는데, 클레이 코트는 나달의 강점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나달은 메이저대회 20승을 달성한 것에 대해 “페더러와 이 기록을 함께 한다는 건 많은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을 하고 은퇴하면 좋겠지만 페더러나 조코비치도 우승할 텐데 나는 내 식대로 하겠다. 이웃이 나보다 더 큰 집을 사거나 더 좋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해서 불행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페더러보다 다섯 살 적은 나달이 조만간 페더러의 기록을 깰 것으로 보고 있다. 페더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승은 그저 나달과 나의 다음 여정을 위한 숫자에 불과하다. 잘했어, 나달”이라고 적었다.


김정훈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