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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도 “베를린 소녀상 철거 말라”

Posted October. 13, 2020 08:16,   

Updated October. 13, 202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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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 위기에 놓인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법적 절차가 시작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를 비롯한 현지인들도 소녀상 철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12일(현지 시간) “소녀상 철거를 막기 위해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철거명령을 내린 미테구(區)에도 동시에 행정 이의신청을 접수하기로 했다.

 소녀상은 2차대전 당시 위안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미테구의 허가를 얻어 지난달 25일 설치됐다. 하지만 미테구는 7일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을 14일까지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내며 기한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다.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비문(碑文)이 함께 설치됐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일본 정부의 집요한 철거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변호사들과 법률 검토를 한 결과 무리한 행정 요구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14일 당일 소녀상 철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본안 소송을 거쳐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기까지 소녀상이 현 위치에 계속 존치된다. 다만 협의회 측은 법리 싸움으로 번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독일 내 여론전을 통해 소녀상을 지켜낸다는 방침이다.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는 독일 시민들과 함께 13일 정오 미테구 자치정부청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열고 자치정부 의원들에게 성명을 전달하기로 했다. 또 베를린 시민들에게 철거 반대 서명을 받아 이번 사태가 한일 분쟁이 아닌 전쟁 범죄로 인한 여성 피해와 인권 문제라는 점을 독일 사회에 알릴 계획이다. 철거 반대 청원 사이트에는 현재까지 2000여 명이 서명했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인인 김소연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편과 함께 미테구에 철거명령 철회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편지에서 “나는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고령의 (위안부) 생존자들을 만났다”며 “일본 정부가 잔인한 전쟁 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독일은 나치의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다”면서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 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소녀상 철거 명령이 독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테구 주민 아메흐커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녀상과 위안부 문제, 일본의 잘못에 대해 대다수 독일인들은 자세히 몰랐다”며 “이번 철거 명령으로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소녀상 철거를 위한 전방위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소녀상 설치를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 문제가 아니라 한일 갈등 문제로 바꾸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오히려 일본에 불리하기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