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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강심장 ‘파워히터’ “연애보다 테니스가 좋아”

20세 강심장 ‘파워히터’ “연애보다 테니스가 좋아”

Posted October. 08, 2020 08:03,   

Updated October. 08, 20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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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분간 운동이랑 사귀고 싶어요.”

 성인이 됐으니 연애를 하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운동을 하고, 쉴 때도 운동 생각만 한다고 했다. 유일한 취미 활동인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할 때도 머릿속엔 지난 경기 때 실수가 무엇이었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생각한다는 이 사람. 지난달 30일 끝난 안동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한국 여자테니스의 샛별 이은혜(20·NH농협)다.

 7일 경기 고양시 농협대 코트에서 만난 이은혜는 ‘파워 히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키가 171cm인 이은혜는 “조금 더 컸으면 좋았겠지만 지금도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작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국제대회에서 그들을 상대할 때도 파워가 밀리지 않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2015년 국내 최고 권위의 주니어 대회 장호배에서 대회 사상 처음 중학생 신분(안양서여중 3년)으로 정상에 올랐던 이은혜는 지난해 6월 국제테니스연맹(ITF) 김천 여자투어대회 단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국제대회 우승도 경험했다.

 이은혜가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또래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그 학교 테니스 코치가 제 체격 조건을 눈여겨보고 엄마를 설득해 테니스를 하게 됐다”면서 “그전까지 피아노나 태권도 등 다른 예체능 종목을 배우면 금세 싫증이 났는데 테니스는 이상하게 할수록 더 재밌었다”며 웃었다.

 이은혜는 정신력도 다부진 듯했다. 많은 운동선수가 관중이 많은 경우 부담감을 느끼고 긴장을 한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런 관심 때문에 운동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경기에서 제가 잘했을 때 박수와 환호성이 나오는 게 무척 즐겁다. 응원 소리를 들으면 부담 보다는 오히려 더 힘이 솟는다.”

 정신력이 강하다고 해도 슬럼프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테니스를 시작한 이후 매년 우승을 했지만 중앙여고 2학년 때 우승을 못 한 게 한동안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은혜는 “대회에는 계속 나갔는데 중도에 탈락하고 그러니 테니스 자체가 싫어졌다”고 했다. 라켓과 멀어지려 할 때 어머니가 큰 힘이 됐다. 이은혜는 “‘네가 항상 잘할 수는 없다’는 엄마의 위로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부터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좌우명을 새겼다”고 말했다.

 NH농협 스포츠단은 일찌감치 이은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중앙여고 2학년이던 2017년부터 매년 3000만 원을 후원했다. 지난해 고교 졸업 후 농협에 입단한 이은혜는 주요 대회 타이틀을 차지하며 성공적으로 성인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박용국 농협 스포츠단 단장은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에 특별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베이스라인 플레이는 단연 국내 톱 수준이다. 네트 플레이까지 겸비한다면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혜는 “다른 실업팀은 비용 문제 등으로 선수가 원하는 대회에 다 내보내주진 않는다. 그런데 농협은 제가 나가고 싶어 하는 대회는 모두 내보내주는 것이 특히 좋다”며 “손병환 NH농협은행장과 박용국 단장에게 특히 고마운 부분”이라고 했다.


고양=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