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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해역 표류 가능성 고려안한 軍...초기대응 부실 다시 도마에

北해역 표류 가능성 고려안한 軍...초기대응 부실 다시 도마에

Posted October. 08, 2020 08:03,   

Updated October. 08, 20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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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가 실종된 당일 그가 북한 해역으로 떠밀려 갔을 가능성을 전혀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의 허술한 초기 대응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실종자 수색을 할 동안에도 군이 북한에 공조 요청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셈인데 향후 군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책임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 씨의 실종 당일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서 장관은 이 씨 실종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북한군에 실종자 수색 협조를 요청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최초 월요일(지난달 21일)에 보고를 받고 ‘북측으로 갈 가능성이 있느냐’고 실무진에게 물었는데 ‘월북 가능성이 낮다, 없다’ 이렇게 보고를 받고 통신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처음부터 월북자라고 생각한 건 아닌가’라고 하자 서 장관은 “첫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첩보를 통해서 북측에 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달 21일 서해 소연평도 남쪽 2km 해상에서 실종됐다. 이 지점과 북방한계선(NLL)과의 거리는 10여 km에 불과하다. 이 씨가 충분히 NLL 이북으로 떠밀려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단순 실종’으로 초기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결국 군은 지난달 22일 이 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을 포착한 뒤 만 하루 동안 유지하던 ‘단순 실종자’ 판단을 ‘월북 시도자’로 변경했다. 이날 서 장관 발언이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해경이 수색 작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공유된 것으로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조류의 흐름을 고려할 때 북측으로 표류해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이날 서 장관에 따르면 이 씨가 사살되기 전까지 정부는 국제상선통신망으로 북측에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지만 연락하지 않았다. 선박 간 일종의 ‘음성 단톡방’인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군 당국이 북한에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는 것. 하 의원은 “북한은 2019년 6월 11일 자기네 배가 표류하자 남쪽에 대고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배를) 인계하라’고 요청했었다. 2019년 6월 22일 북한 어선이 또 울릉도 해역에서 표류 중이어서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한국 쪽에 어선 구조를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 국민들을 파리 목숨 취급하는 이런 나라(북한)도 그 통신망을 통해 남쪽에 연락을 하는데, 어떻게 (이 씨가) 북한에 잡혀 있다는 걸 알았는데도, 그 통신망을 북한이 듣고 있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북한 쪽으로 ‘우리한테 인계하라’는 말을 안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서 장관은 “저희가 첩보를 가지고 북에다가 액션(구조 요청)을 취하기에는 조금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의 첩보 자산이 북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서 장관은 “저희가 평상시 북한 선박이 떠내려오거나 표류자가 있으면 구조를 하듯이 이 씨도 구조가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했다. 또 “국제상선통신망은 해경도 (사용)할 수 있고, 국방부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다”며 책임을 해경에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대내외 통신과 언론에 알렸더라면 북한이 이 씨를 접수했을 때 살해 행위 같은 것은 못 한다”며 “물리적으로 수색하는 것 못지않게 알리는 게 목숨을 구하는 적절한 수단인데 그것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이 씨를 발견하기 전 군이 사전에 가능성을 판단해 북측에 공조 요청을 했으면 과연 사살까지 이뤄졌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서 장관은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전략무기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된 미림비행장, 신포조선소 등 동향을 종합해 내려진 판단으로 보인다. 서 장관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보여줄 가능성 있다고 보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전략무기들을 (동원해) 무력시위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 · 박민우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