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체인지업 노리자 속구-커터로... 예측불가 ‘괴물’

체인지업 노리자 속구-커터로... 예측불가 ‘괴물’

Posted September. 15, 2020 08:18,   

Updated September. 15, 2020 08:18

日本語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왼손 투수 최다승(363승)을 기록한 워런 스판(1921∼2003)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점에서 ‘블루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은 투구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상대 노림수를 역으로 이용하는 법을 잘 알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14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뉴욕 메츠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안타 8개를 내줬지만 삼진 7개를 솎아내면서 1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팀이 7-1로 앞선 7회초 수비를 앞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토론토가 결국 7-3으로 이기면서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이 이번 시즌 안방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10번째 등판에서 5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4승 1패 평균자책점 3.00이 됐다.

 시작은 불안했다. 류현진은 1회초 수비 때 안타 3개를 맞으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안타를 허용한 공 3개 가운데 2개가 체인지업이었다. 메츠 타선이 자기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고 판단한 류현진은 2회초와 3회초에는 이전 9경기에서 투구의 약 30%나 차지했던 체인지업을 하나도 던지지 않으면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4회초 다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이번에도 1사 1, 2루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자 류현진은 체인지업 대신 빠른 공과 커터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류현진은 5회초와 6회초에도 체인지업을 한 개씩밖에 던지지 않았다.

 류현진은 경기 뒤 “1회 실점한 뒤 볼 배합을 바꿨는데 그게 주효했다. 1회 이후 출루를 허용한 뒤에 적시타를 맞지 않은 것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날뿐만이 아니다.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167(36타수 6안타)밖에 되지 않는다. 리그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토론토 선’을 비롯한 캐나다 매체는 이날 경기에 대해 “류현진이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토론토는 26승 20패(승률 0.565)를 기록하면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전체 5위) 자리를 지켰다. 각종 통계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에 따르면 이날 승리로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98%까지 올랐다. 류현진은 “(30일 시작하는) 포스트시즌 전에 2경기 정도 더 선발 등판할 것 같다. 제구에 더욱 신경을 써서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팀이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