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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궤적 통해 바라본 세계적 건축가의 시선

삶의 궤적 통해 바라본 세계적 건축가의 시선

Posted September. 09, 2020 08:21,   

Updated September. 09, 20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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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를 다룬 책은 대개 뚜렷한 전형을 따른다. 주요 건물을 촬영한 사진, 약간의 스케치와 도면, 설계와 시공 과정을 둘러싼 이야기. 최근 출간된 ‘르코르뷔지에’(아르테·사진)는 그 세 가지 없이도 어떤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의 빌라 사보아, 롱샹 교회 등 르코르뷔지에의 대표작을 포함해 그가 설계한 어떤 건물의 이미지도 실리지 않았다.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기행문으로 한 인물의 삶을 조명하는 형식을 유지하는 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어쩌면 건축가를 살피는 데 가장 적합한 형식일지도 모른다. 철들기 전에 의도하지 않게 경험한 도시, 공간, 사물이 훗날의 작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인할 건축가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 장(章)은 르코르뷔지에가 1887년 출생한 스위스 산골 마을 라쇼드퐁 방문기. 1965년 바다수영을 즐기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말년을 보낸 안식처였던 프랑스 해안 마을 로크브륀카프마르탱 답사기가 마지막 장이다.

 “르코르뷔지에는 양지 바른 언덕의 작은 무덤을 생전에 직접 디자인했다. 많은 유명인이 성당에 잠들어 참배객을 영적 세계로 안내하는 반면 그의 무덤은 그의 건축만큼 세속적이다. 동시대 건축가들이 부유층을 위한 고급 주택을 지을 때,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작고 편리한 사적 공간에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할 방법을 연구했다.”

 젊은 시절 떠난 동쪽으로의 건축 여행 중에 머문 그리스 아토스산의 수도원 이미지,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근무했던 독일 베를린 페터 베렌스 사무소의 모습은 이 건축가가 남긴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을 적잖이 넓혀 준다.

 “르코르뷔지에는 늘 자를 들고 여행을 다녔다. 그의 옷에는 자를 넣는 주머니가 따로 있었다. 그는 건축물뿐 아니라 보기 좋은 사물이 보이면 곧바로 치수를 쟀다. 그는 편리하면서 아름다운 비율을 찾기 위해 평생 연구했다. 피아노 교사였던 어머니 덕분에 그는 아름다운 선율이 인위적인 스케일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