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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춤추는 가을... 클래식이 흐른다

Posted September. 07, 2020 08:14,   

Updated September. 07, 20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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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고 높은 하늘이 펼쳐진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난지천공원.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 마치 초현실주의 회화 작품처럼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었다. 피아노를 둘러싼 카메라만 다섯 대. 마포문화재단이 제5회 ‘마포 M 클래식 축제’의 일부로 마련한 ‘마포 6경 클래식’ 중 ‘정다운 트리오’의 녹화현장이었다. 햇살을 온몸으로 맞고 있던 첼리스트 송민제가 피아니스트 박영성에게 말을 건넸다. “선블록 해도 (햇살이) 따가운데.”

  ‘자 시작합니다. 큐!’ 촬영감독의 신호와 함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베토벤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 변주곡’의 감미로운 선율이 공원에 울려 퍼졌다. 드론이 날아올랐다. 공원에 놀러온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든 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두 연주자의 뒤쪽 잔디 위를 뛰어다녔다.

 한 시간 뒤 근처 상암동 하늘공원. 분홍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억새밭 한가운데에 피아노와 함께 앉았다. 산들바람에 억새들이 춤을 추었다. 풀밭에서는 또록또록 풀벌레들의 소리가 부드럽게 리듬을 탔다. 큐 사인과 함께 슈만 ‘꽃노래(블루멘슈튀케)’의 구르는 듯한 첫마디가 완만하게 펼쳐진 지평선을 감쌌다. 촬영은 두 군데 모두 연주자들을 붉은 노을이 물들이고 어두운 하늘에 달이 둥실 떠오른 한밤까지 계속됐다.

 슈만 환상곡 C단조 등 세 곡을 영상으로 담은 문지영은 “연주자들에겐 산이나 숲에서 연습하는 게 로망의 하나인데, 꿈을 이룬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새소리와 풀벌레 같은 자연의 즉흥연주와 함께하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콘서트홀의 자연스러운 음향은 없지만, 더 좋은 추억을 갖게 됐습니다.”

 올해 5회째를 맞은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축제 대부분 일정을 비대면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했다. ‘마포 6경 클래식’은 마포구 내 광흥당, 홍대거리 등에서 촬영한 6개 영상을 10월 6∼8일, 13∼15일 차례로 매일 마포문화재단 유튜브와 네이버TV를 통해 공개한다. 첼리스트 양성원, 앙상블 오푸스 등 6개 팀 또는 연주자가 참여했다.


유윤종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