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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선의 도공들 끌고가 메이지유신에 이용했다”

“日, 조선의 도공들 끌고가 메이지유신에 이용했다”

Posted August. 25, 2020 08:27,   

Updated August. 25, 20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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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이 오늘이소서. … 오늘이 오늘과 같으면 무슨 세상과 같을 것인가.”

 임진왜란 때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도공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른 망향가인 ‘조선가’의 일부다. ‘오늘이 오늘과 같으면’이라는 가사에는 전쟁이 끝나고 매일매일이 평탄하고 평화롭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조선가는 임진왜란 당시 유행했던 가요로 이후 한반도에선 자취를 감췄지만 일본에 끌려간 도공들과 그 후손들이 상당 기간 불렀다. 일본에서 조선가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초중반 간간이 이뤄진 정도였다.

 정광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80)는 1982년 당시 선임연구원으로 가 있던 교토대 문학부의 서고에서 조선가 관련 자료를 발견했고, 이후 일본 학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일본에서 조선가에 관한 학술서 단행본을 펴낸 지 30년 만에 한국어 번역본 ‘조선가’를 최근 펴낸 정 교수를 20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임진왜란이 일본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라고 줄곧 주장해온 학자다. 인쇄술, 철기 가공, 목공 분야 등 조선의 선진 기술자들을 일본에 강제로 데려가 비약적 발전이 이뤄졌고, 훗날 메이지유신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임진왜란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봉건 영주들이 난립하는 힘없는 나라였다”며 “전쟁 때 조선 기술자들을 4만∼5만 명 데려간 걸로 추정된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지금 40만∼50만 명을 데려가 낙후된 일본을 발전시키는 데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일본 가고시마 나에시로가와에 끌려가 백자를 만들었던 전북 남원 출신 도공 82명도 전문 기술자 중 일부였다. 정 교수는 “일본은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 700만 개 이상을 서양에 팔아 이윤을 남겼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 자금으로 서양 무기를 사서 무장한 다이묘(大名)들이 에도 막부에 반란을 일으켜 메이지유신이 이뤄졌고, 결국 일본이 근대화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 도공들의 이야기는 조선의 기술력이 메이지유신의 기틀이 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라고 했다.

 정 교수가 1990년 일본에서 조선가 관련 단행본을 낸 지 30년 만에 국내에서 번역본을 출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에선 ‘일제의 식민지배로 한국이 근대화됐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반대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정 교수는 “조선은 고려 말 원나라 등으로부터 들어온 엄청난 기술 축적이 있었다”며 “당시 기술자와 문화재 반출 등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