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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길 연 ‘고체연료 족쇄’ 해제, 당당한 국익외교 견지하길

우주개발 길 연 ‘고체연료 족쇄’ 해제, 당당한 국익외교 견지하길

Posted July. 30, 2020 08:06,   

Updated July. 30, 20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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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미사일지침이 개정돼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청와대는 28일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기존의 액체연료뿐 아니라 우리도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같은 다양한 형태의 발사체를 자유롭게 연구·생산·보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1979년 미사일지침이 만들어진 이후 네 번째인 이번 개정은 우리의 장거리로켓 개발을 가로막던 족쇄가 풀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초 우리의 비밀 미사일 개발을 계기로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제한하는 한미 간 양해각서가 1979년 체결된 이래 미사일지침은 우주개발과 국방력 향상의 큰 장애물이었다.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세 차례에 걸쳐 그 제한이 완화됐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데도 우리는 위성 하나 제대로 못 올리는 현실은 그대로였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우리도 액체연료에 비해 생산원가가 낮고 효율성이 높은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특히 그 군사적 함의는 크다. 미군의 ‘눈’에 의존하던 우리 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우주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려 한반도 상공에 대한 ‘24시간 감시 체제’ 구축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도 핵심 요소다.

 당초 한미 간에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800km) 해제도 함께 논의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은 “결국 머지않아 때가 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개정에 따라 유사시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갖추는 만큼 당장 주변국 반발을 낳을 사거리 해제를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같은 동맹 현안 해결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온 희소식이다. 그래서 한편에서 그 대가로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나 중국 견제전략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중 대결이 격화될수록 한국 외교의 길은 좁고 위험은 크다. 괴로운 길이지만 그 틈새에서 국익을 지키고 높일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외교력이다. 동맹관계를 한층 높였지만 이제 주변관계도 잘 관리할 일이 남았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