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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도, 憲裁도 자기 호주머니 속 물건 취급하는 與대표

개헌도, 憲裁도 자기 호주머니 속 물건 취급하는 與대표

Posted July. 27, 2020 08:15,   

Updated July. 27, 20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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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4일 세종시를 방문해 “개헌을 해서 ‘대한민국의 수도를 세종으로 한다’는 규정을 두면 세종시 행정수도 문제는 깨끗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느닷없이 행정수도 이전론을 꺼낸 데 이어, 아예 헌법 개정도 밀어붙일 수 있다는 발언이다.

 김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론을 제기하자 정치권에서는 2004년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내세워 위헌 결정을 내린 만큼 개헌 없이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만 해도 여권 내에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입법을 하면 위헌 시비를 돌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개헌을 해버리면 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든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이 대표가 별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개헌 얘기를 꺼낸 데에는 4·15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해 국회 3분의2에 육박하는 의석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또 “헌재 결정을 새로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당시의 헌법재판관들은 다 바뀌어서 절차를 새로 밟는다면 국민의 염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현재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6명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거나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이므로 여권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집권 여당 대표가 “개헌하면 된다” “헌법재판관이 다 바뀌었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 것은 헌법을 마치 제 호주머니 속 물건처럼 가볍게 여기는 오만한 발언이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다 장악했으니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발상이 은연중에 배어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위험하다.

 게다가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는 등 이 대표의 발언 전반에는 서울과 비(非) 서울의 대립 구도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총선 압승만 믿고 오만과 분열의 정치로 달려가서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