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입국 6년만에 국적 얻은 탈북민의 딸

Posted July. 21, 2020 07:46,   

Updated July. 21, 2020 07:46

日本語

 “베트남 사람 같지 않고 한국인과 비슷해 보입니다.”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김지혜 양(9·베트남 이름 뉴겐 헝 안)의 국적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 김 양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선 법무부 측 공익법무관은 김 양의 외모가 어떻게 보이냐는 판사의 질문의 이같이 대답했다.

 법무부는 2018년 3월 탈북민의 자녀인 김 양이 베트남 국적을 가졌다며 한국 국적 비보유 판정을 내렸다. 김 양 측은 불복소송을 냈고 지난달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9년 만에 친부모 나라의 국적을 갖게 됐다. 법무부는 이달 1일 김 양에게 국적 보유 판정을 통지했다. 탈북민이 국적 비보유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이긴 첫 사례다.

 2011년 중국에서 태어난 김 양은 친부모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압록강에서 밀수 사업을 하다 김 양이 태어나기 전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2011년 2월 김 양을 임신한 채 중국 지린성 옌지시로 탈북한 어머니는 아이를 낳자마자 미국인 선교사인 어네스트 임산드 목사 부부에게 딸을 맡기고 떠났다. 여섯 명의 자녀와 함께 김 양을 양육한 임산드 목사 부부는 김 양을 양부모의 국적(미국)이 아닌 친부모의 나라 (대한민국) 국적을 얻게 하고 싶어 한국행을 결심했다.

 2012년 중국 공안의 단속을 피해 베트남으로 도피한 임산드 목사는 김 양을 소개받은 베트남인 부부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고 현지 국적을 취득시켰다. 김 양은 꾸민 서류로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아 2014년 9월 한국에 입국했고 이듬해 5월 국적판정을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3년 간의 심사 끝에 입증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김 양이 서류상 부모인 베트남인과 전혀 닮지 않은 점과 임산드 목사 부부가 김 양이 어릴 적부터 모아온 성장사진 등에 주목했다. 또 베트남인으로 출생신고가 된 것은 임산드 목사 부부들 비롯한 김 양의 조력자들이 김 양의 한국행을 위해 만든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베트남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며 김 양의 손을 들어줬다.

 한글 배우기와 산, 나무, 말 그림을 좋아하는 김 양은 “한국의 예쁜 자연과 동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