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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보약’ 죽쑤던 박병호, 거포 부활

‘휴식이 보약’ 죽쑤던 박병호, 거포 부활

Posted June. 27, 2020 08:53,   

Updated June. 27, 20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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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LG 류중일 감독은 25일 잠실 더블헤더 2차전에서 ‘이거박’ 사인을 냈다. 키움에 5-4로 앞서던 9회초 1사 2, 3루 상황에서 3번 타자 이정후(22)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4번 타자 박병호(34)와 승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 이정후는 당시 마운드를 지키고 있던 정우영(21)을 상대로 통산 2타수 2안타(홈런 1개)를 기록 중이었다. 반면 박병호는 정우영과 다섯 번 맞붙어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는 동안 삼진을 세 차례나 당했다. 이날 2차전에서도 LG 선발 차우찬(33)을 상대로 삼진을 세 번 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역시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정우영이 두 번째 공으로 선택한 시속 146km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시속 173km짜리 타구로 만들었다. 이 공은 130m를 날아간 뒤 외야 우중간 관중석에 떨어졌다. 역전 만루홈런이었다.

 16일까지 박병호는 타율 0.197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유일하게 1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꾸준히 믿음을 보내던 손혁 키움 감독은 결국 박병호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박병호는 고질적인 무릎과 손목 부상을 안은 채 뛰던 상태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상자 명단 제도를 도입했다. 원래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선수는 최소 열흘이 지나야 다시 1군 복귀가 가능하지만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컨디션이 돌아왔다고 판단하면 그 전에도 1군에 돌아올 수 있다. 박병호는 사흘을 쉰 뒤 20일 다시 1군에 돌아왔다.

 복귀 후 5경기에서 타율 0.500(16타수 8안타), 4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인 박병호는 25일 경기 후 “이렇게 타격 부진이 오래 간 건 처음이라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런데 ‘팬심’으로 우리 팀 야구를 보면서 기분을 전환할 수 있었다. 사실 더 빨리 쉬는 게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