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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北에 끌려 다니다간 김정은 모험주의만 부추길 뿐

마냥 北에 끌려 다니다간 김정은 모험주의만 부추길 뿐

Posted June. 09, 2020 08:07,   

Updated June. 09, 20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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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어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업무개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재작년 9월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북측이 통화 시도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북한은 작년 초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연락사무소 인력을 일방 철수했다가 복귀했을 때도 연락까지 끊지는 않았었다. 북한 통일전선부가 5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시라며 “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남북 간 연락부터 단절한 것이다.

 북한의 응답 거부는 이미 김여정이 4일 담화에서 경고한 연락사무소 폐쇄로 가는 1단계 실행 조치일 것이다.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를 빌미로 연락사무소 폐쇄와 함께 거론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북한은 다만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양측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은 그대로 가동했다. 앞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군 통신망 단절, 군사합의 파기까지 수위를 올려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대남 공세는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탈북민단체가 25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다시 대북전단 100만 장을 날려 보내겠다고 밝힌 만큼 그 때까지 남측의 태도를 주시하면서 남측의 전단 금지조치에 쐐기를 박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연일 주민들을 동원한 대규모 군중집회를 잇달아 열어 대내 결속도 다지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저능아적 추태’ 같은 원색적 대남 비난을 쏟아 부으며 “갈 데까지 가보자”고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화 메시지만 보내고 있다. 어제도 통일부 차관은 비무장지대 산림복원 실태조사 현장을 방문했고, 여당 지도부까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다짐했다. 북한의 막말에는 “감정적 발언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면서 야당의 비판엔 “국민과 정부를 이간질한다”고 쌍심지를 켰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은 “탈북민단체의 순수성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저자세야말로 북한에 길들여진 것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북한이 진짜 노리는 것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이다. 북한은 누구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관심이 크고, 미국 대선을 위기 조성을 통한 존재감 과시 기회로 보고 있다. 한국은 단지 징검다리일 뿐이고 차제에 한국의 손발을 확실히 묶어두겠다는 심산이다. 달래기에만 급급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노리는 더 큰 모험주의를 부추길 뿐이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