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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온상’ 오명 스위스 금산업

Posted December. 30, 2016 08:31,   

Updated December. 30, 20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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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의 화려한 금 제련 기술 뒤에는 피 묻은 금이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스위스 금 제련 산업이 자금 세탁과 전범 지원, 인권 유린 같은 심각한 국제범죄에 연루돼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10대 금 제련 기업 중 스위스 국적인 아르고르헤라우스, 발캄비, 팜프, 메탈로르테크놀로지스 등은 최근 수년 사이 각종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고발당한 경험이 있다.

 아르고르헤라우스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무장 세력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약탈한 금을 구입한 혐의로 지난해 스위스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회사 측은 무장단체를 지원할 의도가 없었고, 거래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선진국의 유명 기업이 전범 집단의 장물을 취득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스위스 시민단체인 퍼블릭아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발캄비는 아프리카 소국 부르키나파소의 금광에서 어린이들이 채굴한 금을 수입해 아동 인권 유린을 방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발캄비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벌였다. 메탈로르테크놀로지스와 팜프 역시 자금 세탁과 불법 광물 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페루 기업을 통해 금을 수입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았다.

 스위스 금 제련 기업들의 국제 범죄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스위스 정부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은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의회는 자국 금 제련 기업들에 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인권 기록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FATF도 스위스 금 제련 기업들이 ‘위험한 거래 활동’을 개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위스 금 제련 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이들은 스위스계 은행 못지않은 ‘비밀 경영’을 해 왔다. 세계 10대 금 제련 기업에 속하는 4곳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본적인 경영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와일드 아르고르헤라우스 대표는 WSJ 인터뷰에서 “관련 기업들이 불투명성 때문에 나쁜 집단으로 인식된 은행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며 “(투명성을 강화해) 금 제련 기업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