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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아서 온 사할린, 배가 너무 고파...절대 오지 마세요”

“속아서 온 사할린, 배가 너무 고파...절대 오지 마세요”

Posted December. 05, 2016 08:29,   

Updated December. 05, 201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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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껏 숨겨왔지만 무엇보다도 배가 고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사할린에 강제동원됐던 조선인 노동자가 고향에 쓴 편지다. 허광무 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3일 한일민족문제학회 학술대회의 ‘사할린 경찰기록과 일본지역 조선인 노무자’ 발표문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절절한 사연을 소개했다.

 이 사연에는 자신이 겪고 있는 참상을 전하면서 후회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노동자들이 공복을 견디지 못해 급기야 몸이 부어올라 힘도 쓰지 못하는 걸 보면 정말로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속아서 모집에 응한 것이 후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모집에 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말려 주세요.”

 일제는 조선인은 불온하다고 보고 조선인 노무자의 도주에 촉각을 세웠지만 조선인들은 삶을 찾아 탈출을 시도했다. 이 편지를 쓴 이도 탈출에 성공했다.

 자료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어떤 영화보다도 극적이다.

 “늑골이 아프다 하여 숙소에서 쉬게 하였는데 본인이 희망하여 역 대합실에서 진료시간을 기다리던 중 감시원의 눈을 피해 도주했다.” “도주자는 5, 6일전부터 오른쪽 발바닥에 종기가 생겨 미하시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던 중 4월 12일 오전 8시경 미하시병원에서 화장실에 간다고 한 뒤 뒷문으로 도주했다.” “함바의 변소 창문을 뜯고 도주하여 즉시 4, 5명이 추적하였으나 함바 남쪽 수풀속에서 잠적을 감췄다.”

 사할린을 거쳐 일본 본토로 몰래 도항하려는 조선인도 있었다. 허 연구위원은 “일본경찰의 입장에서 사할린은 ‘사상가’ ‘도주자’가 경찰의 눈을 피해 숨는 지역으로 경계의 대상이었다”며 “사할린 경찰 기록은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