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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재판소 재판관 출신도 강의 못하는 로스쿨

국제재판소 재판관 출신도 강의 못하는 로스쿨

Posted October. 04, 2016 07:20,   

Updated October. 04, 2016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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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최초로 15년 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관으로 일한 권오곤 김앤장법률사무소 국제법연구소장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부터 교원 임용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올 2학기부터 초빙 석좌교수 자격으로 국제형사법 강의를 맡을 예정이었으나 성대는 그의 논문 점수가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로스쿨 평가위원회의 평가 기준에 미달한다며 강의 불가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로스쿨 교원의 연구실적은 저서, 논문, 학술대회 논문발표, 교육용 사건기록 작성 및 리걸클리닉 지도실적 등 4개 항목으로 평가된다. 800점 총점에 최소 400점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중 논문평가 총점이 480점으로 가장 높다. 권 전 재판관은 논문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로스쿨 평가위원 11명 중 법원과 법무부 대표 2명을 빼면 교육부장관이 추천하는 법학 교수 4명과 교육부 간부 1명이 다수를 차지한다. 결국 평가위는 로스쿨의 이해를 대변하는 교육부가 좌우하는 체제다. 로스쿨이 실무교육 강화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실제 주도권은 과거 법대에서 옮겨온 이론 교수들이 잡고 있다. 결국 이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문평가 점수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유능한 실무가의 진입을 사실상 막고 있다.

 국제형사법은 로스쿨 필수과목도 아니고 변호사시험 출제과목도 아니어서 개설해도 수강자가 거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9년엔 보스니아 내전 때 '인종청소'를 주도했던 라도반 카라지치 사건의 재판장을 맡았던 국제형사법 전문가의 실무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수할 로스쿨이 없는 셈이다. 이것이 국제화에 대비한 법률가 양성을 강조하는 로스쿨의 실태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사법시험 폐지가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이 나와 국회에서 법개정을 않는 한 사시는 내년에 폐지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법률가 양성은 전적으로 로스쿨이 맡기 때문에 국제재판소 재판관 출신도 강의하지 못하는 로스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