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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놓아두고 아프리카 순방 가는 대통령

G7 정상회의 놓아두고 아프리카 순방 가는 대통령

Posted May. 13, 2016 07:44,   

Updated May. 13, 201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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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 원폭 사망자 위령비 방문이 일본의 집요한 일본 대미 외교의 승리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동시에 한국 외교력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그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통해 평화와 안보를 추구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신념에 입각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논평만 달랑 내놨다. 외교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과 관련해 한미양국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왔다”고 밝혔지만 위령비에서 200m 떨어진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는 데 대해서는 아직 요청도 하지 않았다니 무슨 ‘소통’을 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은 26, 27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이 주 목적이다. 이 회의에선 세계 경제위기와 테러 대응 외에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가 중요 의제로 다뤄진다. 이 자리에 북핵에 직접 노출돼 있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옵저버’로도 초청받지 못했다. 2008년 일본서 열린 G8회의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의 초청으로 참석해 한미, 한러 회담을 가진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일본 언론은 당초 일본이 박 대통령을 G7 정상회의에 초청하려 했으나 한국 측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일본이 공식적으로 초청을 타진하거나 초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설명이고 청와대로서는 박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이 남의 잔치에 들러리 서는 형식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작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지만 박 대통령이 방일할 만큼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G7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25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와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다. 대통령이 내 놓을 ‘코리아 에이드’라는 아프리카 정책의 비전이 이동검진 차량과 푸드 트럭, 문화영상트럭으로 구성된 봉사단이고 보면 과연 방일을 못할 만큼 일정 조정이 어려웠는지 의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 앞서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주도록 총력 외교를 펼쳤다면 미일의 과도한 밀착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다. 국익외교, 창조적인 복합외교를 모색해야 할 외교당국의 무응한 겉치레 외교에 가슴이 답답해질 뿐이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