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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하루키의 무한 사과론

Posted April. 18,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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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높고 단단한 벽과 그에 부딪치는 달걀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의 편에 설 것이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09년 이스라엘 최고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의 수상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벽과 알에 비유했다. 그는 예루살렘에 와서 상을 받으면서도 입바른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가자 침공에 대해 1000명 이상 사망하고 그 가운데 많은 사람은 비무장의 어린이나 노인들이었다고 비판했다.

하루키가 이번에는 아베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상대국의 마음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라고 (상대국이) 말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다. 어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루키는 역사 인식 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제대로 사죄하는 게 중요하다. 사죄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 8월로 예정된 전후 70년 담화에 대한 따끔한 조언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계속 사죄와 속죄를 해야 한다. 최근 또 다른 하루키가 무한() 사죄를 언급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였다. 행동파 지식인으로 알려진 하루키 교수는 방한 인터뷰에서 이제 됐다, 납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달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구체적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아베 총리는 22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을 표명하되 사죄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아무래도 일본 정부는 시간이 자신들 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세월이 흘러 그때 그 사건을 증언할 수 있는 세대가 모두 사라지면 필연적으로 망각이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일까. 수치스러운 기억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삭제하는 망각의 병을 걱정하는 두 하루키, 그 양심의 목소리를 아베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