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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더미가 된 '공주의방'돌 하나하나 완벽복원 해야죠"

"돌더미가 된 '공주의방'돌 하나하나 완벽복원 해야죠"

Posted January. 09, 201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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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세에서 2시간가량 차를 달려 도착한 사원은 쾌청한 날씨와 달리 최악의 상태였다. 기단과 기둥 몇 개를 제외하면 그냥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듯 보였다. 15세기 이후 대지진으로 무너졌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2009년 태풍으로 쓰러진 거목까지 덮쳐 손상을 끼쳤다. 분랍 컨캉나 참파삭세계유산관리사무소 부소장은 명확한 설계도면이 전해지지 않아 돌 하나까지 정확하게 발굴 연구해야 복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복원을 맡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자신 있다는 표정이었다. 한국의 해외복원유물 제1호인만큼 3년 동안 준비를 착실히 해왔기 때문이다. 김광희 재단 국제교류팀장은 현장사무소 건립조차 라오스 정부와 유네스코가 세세하고 상의해 명확한 규정 아래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지 관계자들은 한국이 너무 꼼꼼한 거 아니냐는 불만 아닌 불만을 전할 정도였다.

이날 마지막 현장점검은 더욱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재단은 그간의 실측조사를 놓고 수정 및 변동사항을 일일이 되짚었다. 사원 바닥이 경주 감은사 금당지처럼 지표면과 떨어져 있는데, 오랜 세월 그 틈으로 토양이 어떤 식으로 퇴적됐는지를 놓고 라오스 측과 한참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백경환 재단 연구원은 홍낭시다 사원은 라오스 유적이기도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 대충 복원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 담당자들의 안전 문제도 필수체크 사항이었다. 현재는 건기라 다소 덜했지만 우기에는 밀림에서 해충이나 야생동물의 출현이 잦다. 방문했던 날에도 발목까지 자란 수풀 속에서 뱀이 여럿 튀어나왔다. 지뢰나 불발탄도 위험요소다. 기자가 사진을 찍으려 왔다 갔다 하자 관리소 직원들이 아연실색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라오스는 196872년 인도차이나전쟁 때 300만 t의 폭발물이 쏟아져 아직도 미확인 폭발물이 8000만 개 정도 남은 것으로 추산된다.

다행히 초기부터 문화재청과 협력해온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은 팔을 걷고 나섰다. 김수관 대사는 지속적으로 라오스 정부와 협의해 폭발물 제거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장 문화재담당자들에게 준외교관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새벽부터 시작한 현장점검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자 마무리됐다. 다음 달 초 착수할 본격적 복원사업은 보존과학조사 및 고증연구 해체조사 건축설계 및 시공 순으로 진행된다. 관리사무소의 또 다른 부소장 우돔시 커삭시는 일요일에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벌써부터 왓푸 사원의 주신전 복원도 (한국이) 맡아주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단 측은 그만큼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는 의미에서 고마운 말이라면서도 첫술부터 배부르기보단 한 계단씩 차분하고 확실하게 밟아나가겠다고 말했다.

팍세=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