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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언니는 일본대사관 앞에 있지요

Posted March. 25, 201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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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똑같은 게 하나 더 있네?

2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주교동 고양시청 3층 복도를 지나던 사람들이 낯익은 조각상 하나를 유심히 쳐다본다. 고개를 갸웃하더니 조각상의 앞뒤를 꼼꼼히 살피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이곳에 있는 조각상은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지난달 28일 고양시청 갤러리 600이 개관하면서 설치됐다. 소녀상을 보기 위해 일부러 시청까지 오는 시민들도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다. 2011년 12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1000회를 기념하기 위해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가 만들었다. 130cm 남짓한 크기로 주재료는 청동이다. 치마저고리에 단발머리를 한 1315세의 가녀린 소녀의 모습이다. 의자에 앉은 소녀는 끌려왔을 때처럼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 그대로다. 그녀는 웃지도 않은 채 두 주먹을 꼭 쥐고 있다. 소녀 옆에 있는 빈 의자는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를 의미한다. 그림자 속의 소녀는 구부정한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림자에는 환생을 의미하는 흰 나비 한 마리가 들어있다. 죽어서도 잊혀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운성 작가는 소녀상은 수십 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둔 응어리를 꺼내 일본의 만행을 꾸짖는 할머니들의 용기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었다고 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동상과 고양시청의 동상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고양시청 소녀상 역시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가 똑같이 제작한 것이다. 다만 제작 시기가 1년 정도 늦다.

작가는 지난해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일본군 위안소가 설치됐던 싱가포르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고 제작에 들어갔지만 1월 말 싱가포르 정부가 설치를 거부했다. 결국 소녀상은 몇몇 전시회를 떠돌다 지난달 문을 연 고양시청 갤러리 600에 자리하게 됐다. 소녀상은 5월 호수공원 안에 새로 짓는 고양시 600년 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조영달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