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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Posted October. 15, 20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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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현 오쿠마마치()는 얼굴이 없는 마을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자리한 이 마을의 원전 작업자들은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방독마스크를 벗지 못한다. 주위 마을도 텅 비어 사람을 찾을 수도 없다. 주인 잃은 소들이 간혹 작업자들의 야간 통행에 최대 위협이 됐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후쿠시마 원전에 12일 한국 언론이 들어갔다.

유령마을로 변한 원전 주변

오전 8시 후쿠시마 원전에서 서쪽으로 20km 떨어진 J빌리지. 일본 축구대표팀의 훈련 시설이었던 이곳은 원전사고 뒤 복구작업 전진기지로 바뀌었다. 이곳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2Sv(마이크로시버트이후 방사선량은 모두 시간당). 서울이 0.11Sv, 도쿄가 0.047Sv인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번의 방사선 피폭량(8000Sv)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한국 언론과 영국 로이터통신 등 취재진 45명은 방진복을 입고 장갑(3겹), 신발 커버(2겹), 머리 두건, 마스크로 무장했다. 오전 9시 50분 원전으로 출발했다. 원전에서 반경 1020km 권역에는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다. 하지만 인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은 지진으로 무너진 상태 그대로였다. 1년 7개월이 넘도록 농사짓지 못한 논밭에는 양미역취라는 이름도 생소한 노란색 잡초의 물결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유령 마을이었다.

원전으로 다가갈수록 휴대용 측정기의 방사선량은 높아졌다. 6Sv로 올라갔을 때쯤 일반 마스크 대신 방독마스크를 착용했다. 원전 정문에선 7.5Sv까지 높아졌다.

원전 내부는 참혹

취재진을 실은 버스가 바다 쪽으로 향하자 원자로 14호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붕에 초대형 천막을 뒤집어씌운 1호기의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출입구 펜스는 뒤틀려 있었다. 2호기 옆에는 뒤집힌 차량이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 방사선량 수치가 100Sv로 급격히 올라갔다.

1, 2호기 사이에는 접근 금지 표지판이 있었다. 도쿄전력 직원은 지난해 89월 10시버트(Sv1000만 Sv)가 측정된 곳이라며 그 후 접근한 적이 없어서 현재 수치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1시간 동안 10Sv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사망한다.

4호기에 접근하자 방사선량은 1000Sv로 치솟았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지난해 오염된 건물 잔해에 묻어 있는 방사성물질 때문이라며 바람 방향에 따라 특정 장소의 방사선량 수치가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대지진과 수소폭발로 13호기 격납용기가 손상됐다. 격납용기에 가까이 갈수록 방사선량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시간당 방사선량이 95200Sv인 곳을 골라 차량 밖으로 나갔다. 제한된 취재 시간은 10분. 수소폭발로 지붕이 날아간 4호기 건물 벽에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고 철골이 나와 있다. 내년 말부터 건물 윗부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 보관된 연료봉을 꺼낼 계획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작업 진도는 늦었다.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물 잔해로 어지럽다. 원전 안에는 콘크리트와 금속 잔해가 4만9000m, 목재 등이 7만1000m 흩어져 있다고 한다. 다카하시 다카시(55)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장은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우선해 신중히 작업하기 때문에 진도가 늦다. 로봇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위험도는 줄어

지난해 한때 40만 Sv까지 검출된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은 12일 원전 바로 옆에서도 1000Sv에 그쳤다. 1000Sv는 일반인이 1년 동안 인공적으로 피폭되는 방사선량 허용치와 같은 수준이다. 1시간 만에 연간 피폭량에 노출되면 건강에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을 제외하고는 방사선량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특히 원전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도쿄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체적으로 방사능 공포는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김무환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세슘 등 반감기가 긴 방사성물질이 있기 때문에 먹을거리는 수십 년간 조심해야 한다며 3, 4년이 지나 정부의 검사가 허술해졌을 때 문제가 터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