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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문, 안의 묘소 참배로 본 역대 대통령관

[사설] 박, 문, 안의 묘소 참배로 본 역대 대통령관

Posted September. 21, 201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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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가 어제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총리의 묘역을 참배했다. 나흘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행보와는 다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참배한 바 있다.

안 후보는 새로운 정치를 대선 출마 이유로 내세웠다. 새로운 정치의 첫 과제로 분열과 증오의 정치 극복을 꼽았다. 그는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면서 자신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건국 및 산업화와 민주화를 대표하는 두 거대한 세력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분열과 증오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건국과 산업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안 후보는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곧 통합이자 새로운 정치임을 묘소 참배를 통해 보여준 셈이다.

민주당 문 후보는 새누리당 박 후보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대해 조금 토를 달긴 했지만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평소 적대적 경쟁 문화를 상생과 통합의 문화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말도 자주 했다. 그러면서도 국립현충원에 들러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외면했다. 그는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통합이 가능하고, 그렇게 된다면 언제든 묘역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을 바라보는 시각과 역대 대통령관()에서 박 후보 안 후보와 크게 차이가 난다. 어느 쪽이 옳은 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안 후보는 역사에 공과()가 있다면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역사관과 이념좌표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사나 세상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공이 몇 할이고 과가 몇 할인지는 평자()마다 다르겠으나 과만을 부각시켜 배척하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편협한 역사인식이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유와 민주주의를 달성했고,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 만약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졌다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성취는 불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