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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타는 논밭 전국 76% 가뭄에 작물 매우 위험 (일)

목타는 논밭 전국 76% 가뭄에 작물 매우 위험 (일)

Posted June. 11, 20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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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타들어 가고 있다. 76%는 매우 위험 단계에 빠져들고 있다. 장마는 이달 말로 늦춰져 최악의 가뭄이 앞으로 20일가량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전국이 초비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9, 10일에도 춘천(16mm), 인제(12.5mm), 원주(7.0mm) 등 강원 일부 지역에만 소나기가 내렸을 뿐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비가 오지 않고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계속됐다. 이번 주 역시 일부 산간지역에 5mm 내외의 소나기가 내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소식이 없다. 10년 만의 가뭄은 전국의 농경지뿐 아니라 바다 양식장과 공업단지를 덮쳤다. 천수답 농민들은 모내기 한계일(20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메마른 저수지를 바라보며 발을 구르고 있다.

함께 타들어 가는 농민 가슴

하늘만 바라보고 말 수는 없어 나오긴 했는데 살릴 수 있을는지.

10일 오후 3시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 들녘 고구마 산지. 1주일 전에 심었지만 고사 직전인 고구마를 살리기 위해 농민들이 스프링클러를 동원했다. 하지만 이미 말라 비틀어져 바닥에 달라붙은 고구마는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유귀근 백학감자영농조합법인 대표(68)는 재배면적의 70%가량은 물을 충분히 주지 못해 말라죽을 듯하다고 말했다.

전국 양파 생산량의 17%(22만 t)를 수확하는 전남 무안군은 수확량이 202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석 무안군 양파마늘 담당은 4월 이상기온으로 양파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됐는데 수확기에 가뭄까지 겹치니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여주군 대신면 후포1리 민영선 이장(54)은 4월 말에 4000m(약 1200평) 정도 되는 밭에 땅콩을 심었는데 가물어서 제대로 크질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밭작물이 썩었는데 올해는 정반대 상황으로 또 망하게 생겼다며 울상이다.

울산배의 주산지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농민 이모 씨(63)는 이맘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배의 크기가 형편없이 작아져 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충남 태안군은 저수지가 말라붙었고 모내기 진척률이 95%로 497ha의 농민들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충남 일부 지역에 8일 30mm가량 비가 내렸지만 태안은 비 한 방울 구경하지 못한 지역이 많다며 간척지 주변 농경지는 염해(염분 과다로 인한 농작물 피해) 비상까지 걸렸다고 말했다.

바다와 공업단지도 덮친 가뭄

바지락을 채취하는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어촌계 소속 어민 270여 명은 이달 4일부터 가뭄으로 바지락의 일본 수출길이 막히자 바지락 채취 일을 접고 마늘 수확 일로 일당을 번다. 민물이 들어와 바지락 먹이인 유기물이 생성돼야 하는데 가뭄으로 유입이 끊겼기 때문이다. 먹이를 먹지 못한 바지락은 살이 빠져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작은 종패는 폐사해 버렸다. 주변의 송현 신덕 정산포 어촌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장렬 파도리 어촌계장은 지난해만 해도 매일 12, 13t에 이르던 생산량이 올해 봄부터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더니 이젠 상품성이 없어 조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의 대산산업단지는 용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토탈, 현대오일뱅크, 호남석유화학, LG석유화학, KCC 등 5개 사는 인근 대호방조제의 저수율이 10일 현재 9.8%로 떨어지자 한동안 쓰지 않았던 아산방조제와의 직통 관로를 활용하기 위해 긴급 정비에 나섰다.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의 지광현 차장은 이들 회사의 조업 중단을 막고 주변의 농업용수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삽교방조제(당진)의 용수도 넘겨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도 늦는다는데북한도 비상

동아일보가 10일 기상청의 가뭄판단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국(76개 구역)에서 가뭄 상태가 매우 위험 단계인 지역이 58곳(76.3%)나 됐다. 가뭄판단지수란 강수량, 증발량, 일사량, 날씨 등을 종합해 습함 정상 가뭄(작물 피해 시작, 부분적 물 부족 발생) 매우 위험(심각한 작물 손실, 광범위한 물 부족 현상)으로 나뉜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 곳곳에서 최저강수량 기록이 속출했다. 5월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서울은 10.2mm의 비가 내려 1910년(1.7mm) 이후 102년 만에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극한 가뭄은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강한 고기압 때문이다. 이 고기압으로 인해 비 구름대를 가진 기압골은 만주나 제주도 아래로 밀려나면서 한반도에는 비가 내리지 않게 된 것이다. 장마는 평년(6월 2023일 장마 시작)보다 늦은 2830일경에 시작될 것으로 예측됐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4월부터 황해남도 대부분과 평안남북도, 황해북도 평원지역에서 가뭄이 계속돼 강수량이 10mm에도 못 미쳤다며 특히 평양시 남부, 황해남도 북부, 남포시 등 서부 지역은 거의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해안의 5월 강수량은 1962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동신문은 황해남도에는 4월 중순부터 기온이 계속 오르고 비가 거의 오지 않아 감자와 밀, 보리뿐만 아니라 강냉이, 콩, 남새(채소) 등 모든 밭작물이 심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명훈 이형주 mhjee@donga.com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