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모방제품? 소형가전 소리 없는 특허전 (일)

모방제품? 소형가전 소리 없는 특허전 (일)

Posted May. 30, 2012 08:54,   

日本語

최근 소형 생활가전제품 시장에 소리 없는 특허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의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공세를 펴고 있는 것.

소형 생활가전제품의 특징은 반도체 등 다른 전자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사의 기술을 따라하기가 쉽다. 또한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도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특허의 성격상 자로 줄을 긋듯이 침해 여부를 명백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이창훈 특허법인 우인 미국변호사는 완전히 새로운 발명품, 즉 원천기술이 아니라면 특허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이슨 vs 코스텔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특허권 침해 공세를 펴는 곳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영국 가전브랜드 다이슨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날개 없는 선풍기 보호에 나선 다이슨은 최근 한국 중소기업 10여 곳에 경고장을 보냈다. 이 기업들이 자사 선풍기인 에어 멀티플라이어의 특허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는 모조품을 생산, 판매, 유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이슨은 이미 지난해 휴플러스 대웅굿모닝 등 국내 기업과 법적 분쟁을 벌인 데 이어 백화점 홈쇼핑 등 한국 유통업체에도 불법 모조품을 팔면 안 된다며 서한을 보낸 상태다. 다이슨 관계자는 혁신을 중시하는 회사인 만큼 자사의 지식재산권 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중소기업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매직팬Z를 만드는 코스텔의 특허대리인인 특허법원 신지의 이헌수 변리사는 다이슨의 한국 특허를 모두 회피해 만들었고, 날개 없는 선풍기 아이디어 자체도 상용화되지 않았을 뿐 1980년대 일본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텔 측은 다이슨이 유통업체에 경고장을 보내는 바람에 판매일이 연기됐다며 영업활동 침해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국필립스 vs 한경희생활과학

한국필립스와 한경희생활과학 사이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국필립스가 지난해 최초로 고속공기순환 기술로 기름 없이 튀기는 에어프라이어를 내놓자 올 초 한경희생활과학도 비슷한 개념의 튀김기 한경희 에어프라이어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국필립스는 우리 디자인과 흡사해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증명을 한경희생활과학 측에 보낸 데 이어 본사에서 법적 소송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경희생활과학 에어프라이어가 주로 홈쇼핑 채널로 파는 데다 관련 제품군의 시장 규모를 오히려 키워줄 수 있다는 점, 법적 분쟁이 양사 제품의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합의를 모색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자사 제품의 색깔과 디자인을 바꾸거나 아예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 측 관계자는 에어프라이어라는 새로운 제품의 카테고리가 생긴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분쟁의 소지가 있는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 홍보 활동을 자제하고 디자인을 재검토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처지에서는 이 같은 과정이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활가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소형가전제품이 대개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금방 옆 공장에서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게 국제적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