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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벽 허물고, 전공 안가리고 도전 (일)

운동으로 벽 허물고, 전공 안가리고 도전 (일)

Posted May. 28, 201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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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터 보스턴(Greater Boston)을 자신이 가입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소로 써놓은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보스턴의 세계 최고 명문대인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하는 역사를 썼다. 유학생과 재미교포를 통틀어 한국계가 하버드대 학부를 수석 졸업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하버드대에 그레이터 코리안의 이름을 남기게 됐다.

24일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전체 수석을 차지한 진권용 씨(20)가 화제의 주인공. 졸업생 1552명 가운데 2명인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놀라운 것은 학부 4년 과정을 3년에 마치면서 졸업 학점이 4.0 만점이다. 재미교포와 한국인 유학생 가운데 졸업 성적 상위자에게 주는 파이 베타 카파상을 받은 학생은 있었지만 전체 수석은 한국인이 하버드대에서 밟아보지 못한 미답()의 영역이다. 또 진 씨는 최우등 졸업생(summa cum laude모든 학업 분야에서 상위 5%에 든 졸업생)에 선정됐고 경제학과 수석상(존 윌리엄스상), 최우수 졸업논문상(토머스 후프스상)을 수상하는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영화배우 남궁원 씨가 1995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들(홍정욱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하버드대 수석 졸업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3등급 졸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부에 왕도는 없었다

진 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초교 6학년을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홀로 유학 생활을 했다. 그는 여성 월간지 우먼센스 4월호 인터뷰에서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 국제적 감각을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미국에서 공부하겠다고 결정했고 부모님들도 선뜻 뜻을 받아주셨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유학 초기 여느 조기유학생과 마찬가지로 영어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미국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그들은 신경 꺼(never mind)라고 말해 구석으로 옮겨 혼자 있었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운동을 하며 동양인의 벽을 허물면서 영어를 익혔다. 진 씨는 어릴 때부터 운동광이었다고 한다.

영어 학습법에 대해서는 어학연수를 온 친구들은 미국인과 말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정작 가장 어려운 것은 쓰기인 것 같다. 보스턴글로브와 뉴욕타임스 등의 신문을 따라 쓰고 고쳐 쓰는 연습을 하는 것 외엔 왕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는 매사추세츠 앤도버의 필립스아카데미에 들어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미국 내 사립학교 가운데 톱클래스의 명문이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만점 학점을 받은 비결에 대해 높은 성적이 나온 것은 강의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강의는 진도가 빨라 한 번만 강의에 빠지더라도 따라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좋은 학점을 받으려면 강의에 집중하고 강의 노트를 자세하게 작성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자율과 책임을 강조한 부모님의 교육철학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대한 탐구심과 오랜 유학생활을 가능케 한 독립심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숨겨진 한국인 하버드 스타

진 씨는 하버드대에서 돋보이는 동양계 스타였다. 경제학도이면서 교양생물학 수업에서 쓴 에세이 수혈에 의한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인간광우병)의 감염위험과 정책대응이란 에세이로 교양학부 최고 에세이상인 코넌트상과 후퍼상을 함께 수상했다. 이 에세이는 학부 1학년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학부생임에도 하버드 로스쿨과 케네디 행정대학원 수업도 신청해 4과목 모두 최고 학점을 받았다.

공부만 열심히 한 게 아니라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하버드대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인턴십 52명에 재미교포 앤드루 서와 함께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여름 한국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인턴을 했다. 하버드 교내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진 씨는 한국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한미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보기 위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버드 금융분석가 회장 하버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챌린지팀장 하버드 경제학부 연합회 홍보위원회 부회장 등도 지냈다. 지난해에는 재미한인장학기금에서 선발하는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는 우먼센스와의 인터뷰 때 미국 유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지도 혹은 과대평가하지도 말라는 조언을 했다. 저것은 내가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라며 현실에 안주하고 도전을 두려워하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가 없으며 반대로 지금 당장 앞선다고 해서 노력을 게을리 하면 결국 그 틀에 갇혀 뒤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지난해 12월 이미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에서 모두 합격을 통보받은 진 씨는 다양한 학풍을 경험하기 위해 올해 9월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기말고사 기간이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예일대 로스쿨의 경우 학부 졸업 후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전체 지원자의 20% 내외다. 학부를 진 씨처럼 조기졸업하고 바로 진학하는 학생은 매년 한두 명에 불과하다. 진 씨는 금융과 국제통상 분야의 국가 간 소송에서 한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현진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