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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를 봐라, 장막 걷으면 돕겠다 북향한 메시지 (일)

미얀마를 봐라, 장막 걷으면 돕겠다 북향한 메시지 (일)

Posted May. 16, 201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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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를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옛 수도 양곤을 방문해 미얀마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 뒤 밝은 미래를 위한 한국의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미얀마의 개방 노력을 돕겠다. 민주주의와 국민 존엄을 향한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같은 대통령의 양곤 행보는 부자손() 3대 세습기를 맞아 연일 호전적으로 나오는 북한을 동시에 겨냥해 미얀마의 선택을 주목해 달라고 간접 압박을 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과 미얀마는 수십 년간 폐쇄적 체제를 유지하며 독재를 매개로 우방관계를 맺어왔다. 미얀마의 민주화 흐름은 북한의 권부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수도 네피도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아웅산 수치 여사와의 면담을 위해 이날 아침 전용기로 1시간 10분가량 이동해 450km 남쪽의 양곤에 도착했다. 수치 여사는 대개 자신의 자택에서 외부 인사와 만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양곤의 호텔로 면담 장소를 정했다.

이 대통령은 수치 여사를 만나 미얀마 국민의 행복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도 살리고, 자유도 함께 얻어 미얀마인과 수치 여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수치 여사를 응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산업화와 동시에 더 중요한 민주화를 함께 이룬 나라라며 미얀마에서도 민주화와 경제가 함께 이뤄지는 변화를 맞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웅산 국립묘지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9년 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수행했던 고위 관료 17명이 북한의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은 현장인 탓에 이 대통령의 방문은 철통같은 경호 속에 이뤄졌다. 경호 인력을 대폭 늘린 것은 물론이고 암살대응팀으로 불리는 요원들이 이 대통령을 밀착 경호했다.

이 대통령은 미얀마 독립의 영웅이자 수치 여사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의 묘비가 있는 계단을 직접 올라 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쓰인 조화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남북의 적대관계를 상징하는 역사의 현장에서 이런 역사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며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다만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표현은 피했다.

이에 앞서 14일 이 대통령은 한-미얀마 정상회담에서도 테인 세인 대통령에게 북한의 개인교사가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한 나라의 운명은 국제사회가 아니라 그 나라 스스로 어떤 결정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며 북한에 그런 충고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미얀마로부터 북한에서 재래식 무기를 추가 도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9년 북한의 핵실험 직후 채택한 결의 1874호를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이 결의는 북한과 모든 무기 거래를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또 테인 세인 대통령은 러시아제 10MW급 교육용 원자로 2기를 도입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중단한 적은 있다며 북한과의 핵개발 협력설을 부인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얀마에 수감된 40대 남성 탈북자도 수일 내로 석방돼 한국행이 성사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탈북자는 불법입국 혐의로 2010년 3월 5년형을 선고받은 뒤 복역해 왔고, 한국 정부의 석방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정리됐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전기 신화는 없다가 최근 미얀마어로 번역 출간된 것을 계기로 이 책을 미얀마의 전체 초등학생에게 읽혀 가난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자필로 서명한 전기를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밤 3박 4일의 중국미얀마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