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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총기 (일)

Posted April. 05, 201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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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오후 6시 오클랜드시 인터내셔널 가에 자리 잡은 앨런 템플 침례교회. 흑인들이 많이 사는 이 곳에 오클랜드와 인근 샌프란시스코의 한인과 흑인을 중심으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이코스대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

교회 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원을 이뤘고 교회 주변의 길거리에는 차량이 길게 줄을 이었다 . 이 교회는 전날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오이코스대에서 차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추모행사엔 한인과 히스패닉계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 교회의 J.A. 제임스 시니어 원로 목사는 추모행사 시작을 알리는 설교에서 오클랜드시는 다문화적이고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라며 우리 지역사회의 한 일원이 피를 흘리면 우리 모두가 피를 흘리는 것이고 누군가 눈물을 흘리면 우리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진행된 이날 추모 행사엔 진 콴 오클랜드 시장 등 정계 인사들과 함께 이 지역의 기독교, 가톨릭, 유대인 지도자 50여명이 참석해 지역사회의 안정을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 예배당을 빼곡하게 메운 참석자들은 총기 난사사건으로 희생된 아이코스대 학생과 교직원을 떠올리면서 기도 중에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진 콴 오클랜드 시장은 오클랜드는 130개 언어로 기도하고 노래하는 도시로 우리는 서로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단합을 강조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추모행사는 시종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인 그레이스 김(24김은혜)씨의 아버지 등 유가족들도 참석했으며 오이코스대 교직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총기 난사사건으로 인해 한인 커뮤니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도 엿보였다. 베이지역(켈리포니아 북부) 교회 총연합회장인 김경찬 목사는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다양한 지역사회의 화합을 촉구하기 위해 기도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추모행사가 끝난 뒤에도 오이코스대 학생과 교직원은 함께 모여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교우들의 넋을 기렸다.

총기난사 사건으로 7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오이코스대엔 적막감만 흘렀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3일 건물 앞엔 노란 색의 폴리스라인이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오클랜드 경찰 차량 한대가 건물 앞을 지키고 있을 뿐 경찰 외엔 아무도 건물에 출입할 수가 없었다. 건물을 경호하고 있는 마이클 쿠퍼 경찰관은 이 곳은 전체가 범죄 현장이라며 사태를 수습하려면 며칠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색 건물 하나가 캠퍼스의 전부인 이 곳 외벽에는 Asian Medicine(한의학) Certified Nursing Assistance(공인 간호조무사) Licensed Vocational Nursing(직업간호 면허) 등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불과 하루 전에 유혈이 낭자했던 참극의 현장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겉은 평온해 보였다. 중국계 청년 3명이 건물 앞 잔디 밭에 조화를 두고 한참동안 묵념을 하고 돌아갔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이들은 간호학 수업을 받던 친한 여자 친구가 총격으로 숨졌다고 말했다.

한편 샌프란스시코 한국총영사관은 오클랜드 총기 난사사건 범인 이름은 고원일로 알려졌지만 한국 이름은 고수님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총영사관 당국자는 미 정부측에서 고씨는 시민권자로 이름이 고원으로 알려왔으나 최종적으로 한국 이름이 고수남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 씨는 미국에 오면서 자신의 이름을 고원엘(OneL Goh)로 고쳐 사용했다고 한다. 오클랜드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범행 6주 전에 총기상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45구경 반자동 권총을 구입했으며 이 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러나 범행에 사용된 총을 아직 찾아내지는 못했다.

오이코스대 신학대 성수남 교수는 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고수남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민자들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클랜드 경찰은 고수남이 총을 쏜 대상자를 미리 점찍은 것이 아니었으며 희생자 가운데 자신을 따돌리거나 놀린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최영해 yhchoi65@donga.com